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동결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새벽 3시 발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동결입니다.
30분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금은 정책을 급하게 바꿀 시점이 아니며, 경제 흐름을 관찰하며 신중히 움직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예상 경로를 보여주는 ‘점도표’가 업데이트되지 않았으며, 시장의 이목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집중됐습니다.
■ 배경: 인플레이션과 고용 지표 모두 부담…관세 정책도 변수로
이번 금리 동결은 최근의 경제지표 흐름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한 속도로 확장 중이며, 고용은 강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물가는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으며, 4월 고용 지표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최근 강화되고 있는 관세 정책이 또 다른 인플레이션 자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파월 의장은 “무역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고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지금은 신중한 관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성명서 변화: “수출 변동, 일부 경제지표에 영향”…경제는 확장세
이번 성명서에서는 “최근 순수출의 변동이 일부 경제지표에 영향을 주었다”는 문구가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이는 대외 무역환경이 미국 내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고하게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노동시장은 여전히 건강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물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쉽게 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고 진단했습니다.
[사진 설명: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면]
■ 만장일치 결정…월러 이사, 반대 철회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뤄졌습니다.
앞선 회의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이번 회의에서는 반대를 철회했습니다.
이는 연준 내부적으로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당분간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공통된 입장이 확인됐습니다.
■ 파월의 메시지: 단호하지만 신중…“급하게 움직일 필요 없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적절한 위치에 있으며, 지금은 급하게 정책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빠르게 움직일 준비도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경제 흐름을 더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최대 고용 수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는 “작년 미국은 약 2.5%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연준이 추산한 장기 잠재 성장률(2%)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고금리로 인한 부담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언론 질의응답: “금리 인하 문 닫지 않았다…그러나 지금은 관망”
이어진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AP통신은 인플레이션 흐름에 대해 질문했고,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현재 인플레이션의 기초 흐름은 비교적 양호하다고 판단한다”고 답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서두를 필요 없다’는 언급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파월 의장은 “현재의 정책 스탠스에 만족하고 있으며,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습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준 의장 교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향후 연준 이사회에 영향을 계속 미칠 의향이 있는가”를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직접적인 답변은 피하고, “국민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재 우선순위”라고 밝혔습니다.
■ 주요 투자은행 및 외신 전망: 6~7월 인하설 부상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향후 금리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인플레이션 흐름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관세 정책과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JP모건은 파월 의장이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직접적인 정치 관련 언급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침체를 걱정해야 할지,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매 회의마다 판단하는 '회의별 접근' 전략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CNBC는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상반기처럼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 트럼프 변수도 주목…정치적 압박에 놓인 연준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도 주요 관심사입니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비판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의장 임기는 내년까지이지만, 연준 이사회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 1월까지 이어집니다.
따라서 정치적 변동성에도 파월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결론: 금리 동결 이상의 의미…연준, 복잡한 변수 속 ‘신중한 행보’
이번 FOMC 회의는 단순한 금리 동결 이상의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연준은 고용 강세, 물가 고공행진, 무역 불확실성이라는 세 가지 리스크 속에서 균형 잡힌 판단을 강조하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시장은 6월이나 7월 회의에서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싣고 있으며, 연준은 경제 데이터를 주시하면서 ‘기회가 오면 움직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으로 발표될 고용과 물가 지표, 무역정책 변화 등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그 속에서 파월 의장의 메시지는 **“급하지 않다. 그러나 언제든 움직일 준비는 돼 있다”**로 요약됩니다.
< 박지원 외신캐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