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금융 시장은 영국입니다. 세계 3대 거래소인 런던거래소는 전세계 선물·옵션 거래의 절반을 담당합니다. 발전된 금융기법을 토대로, 미국 시장에서도 할 수 없는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 역시 이 곳에서 이뤄집니다. 고배율 투자만큼, 영국 시장은 투자의 위험성을 감수하기 위한 분석도 함께 발달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 레버리지 전문 자산운용사인 레버리지셰어즈(Leverage Shares)의 시장 분석을 한국경제TV에 옮겨 싣습니다.]
미국-이란 갈등 고조, 원유 시장에 압력
미국은 25년 6월 21일,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투에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통해 사실상 전면적으로 개입했다. 이 작전에서 미국의 B-2 폭격기와 잠수함 발사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란의 쿰 산악 지하에 위치한 포르도우 핵연료 농축 시설, 나탄즈 인근의 또 다른 지하 농축 시설, 이스파한의 핵기술센터 등을 타격했다. 이란 정부는 피해 규모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 수단을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지역에서 또 다른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세계 경제에 미칠 즉각적인 영향 중 하나는 바로 이 지역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다.
유조선 운임과 원유 선물 가격
올해 들어 중동 지역에서 긴장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걸프 지역에서 주요 지역으로의 일일 초대형 유조선(VLCC) 운임은 5월 말까지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다. 연초 대비 유럽/영국행 운임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미국행 운임은 3% 하락했으며, 싱가포르행은 항만 혼잡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24% 상승했다.
그러나 6월 20일 기준 상황은 급변했다.
출처: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5월 말 대비 유조선 운임은 싱가포르행이 52%, 유럽/영국행이 83%, 미국행이 88% 상승했다. 연초 대비로는 각각 88%, 83%, 8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등의 주요 원인은 역사적 전례에서 찾을 수 있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 중, 양국은 걸프 지역의 유조선을 공격했으며, 이란은 중국제와 미국제 미사일을, 이라크는 주로 미국 및 유럽산 무기를 사용했다. 당시 총 451척 이상의 유조선이 피격됐고, 전 세계 선원 수백 명이 희생됐다.
당시에는 주로 대함 미사일이 사용되었고, 선박 추적 기술도 신뢰성이 낮았다. 그러나 현재 이란은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과 드론을 보유하고 있으며, 선박 정보를 수집하고 움직임을 추적할 수단도 훨씬 다양해졌다. 미국은 바레인(미 해군 제5함대 본부 소재), 카타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에 주둔 중이기에, 이들 지역에서의 상업 활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
미국산 원유(WTI, 선물 티커 CL1)는 유럽산 브렌트유(선물 티커 CO1)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브렌트유는 중동 긴장 및 지정학적 변수에 더 민감한 편이다. 또한 아시아에서 주로 소비되는 두바이유(DBL1)는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유소에서의 가격은 원유 자체의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 정제 비용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세 지역의 유조선 평균 운임을 추산하고 이를 주요 원유 선물 가격 추이와 비교함으로써, 세계 주요 인구 밀집 지역의 주유소 가격 전망을 예측할 수 있다.
출처: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2025년 대부분 동안 낮은 유조선 운임은 수입국의 원가를 일정 수준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6월 이후 원유 선물과 유조선 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입국의 비용은 필연적으로 상승하고 주유소 가격 역시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전략적 동맹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행동을 강하게 비난하며, 점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력이 소진된 상태고, 중국은 최근 지정학적 사건으로 악화된 디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동맹간 불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22년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3년 2분기부터 하락세로 전환됐다.
일반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받는/지불하는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를 고려하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출처: 중국국가통계국,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2023년 2분기 이후 이 지표는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지출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력 약화와 기업 이익률 하락이 결합되면, 이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의미하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올해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란을 지원하는 것은 이미 취약한 중국 경제에 추가 부담을 주는 셈이다. 물론 중국은 최근 푸틴 대통령이 '관계 심화'를 강조한 러시아와 부담을 나눌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복잡한 내막이 존재한다. 러시아 연방보안국 산하 특수부대는 중국이 러시아의 군사 기술과 전문성을 비밀리에 탈취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중국을 '적'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처럼 동맹국들의 지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란은 독자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반응
흥미롭게도, 미국의 대표지수인 S&P 500은 지난주 전반에 걸쳐 대체로 보합세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동향은 매그7의 하락세였다.
출처: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블룸버그 매그7 지수(BM7P)는 동등 비중의 7개 기술주로 구성된 지수로, 이번 주 보합권에 머물렀다. 국방 분야와 협력 중인 팔란티어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예외적으로는 AMD가 있었다. AI 역량 강화에 따른 증권사 전망 상향으로 인해 주가가 급등했다. BM7P와 S&P 500의 움직임은 AMD의 상승이 구성 종목 간의 조정 효과였음을 시사한다.
결국, 시장은 이번 갈등이 전반적인 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결론
6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면적 휴전에 합의했으며 24시간 내 발효될 예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란이 이에 동의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란은 단지 "공격받지 않는 한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휴전 합의가 깨졌던 전례를 볼 때, 갈등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도 휴전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수 시간 후 이스라엘은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해 휴전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전투를 재개했다.
유조선 운임과 원유 선물 가격을 보면, 에너지 산업이 현재 상황을 매우 신중하게 바라보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의 무반응은 이 충격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시장이 과대평가된 결과인지 의문을 남긴다. 이번 갈등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며, 향후 시장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겉으로는 핵무기 개발 능력 보유라는 체제 전복 명분이 제거된 듯 보이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며, 향후 해당 지역 교전 당사자들의 행동에 따라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주식시장이 현재 이란 관련 정세와 괴리를 보이는 점 자체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기업들이 이란 내 직접적인 매출 비중은 낮더라도, 모든 기업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마진은 압박받고 실적 전망도 훼손된다. 따라서 미국 증시가 이번 중동 정세와 무관하다는 전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유럽의 전문 투자자들은 걸프 지역의 공급 병목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브렌트유 ETC(BRNL)와, 미국 행정부의 수요 대응 조치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WTI 원유 ETC(WTIL) 등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