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OPEC의 수요전망 둔화 무색... 4거래일 연속 상승세

유가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오전 8시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오른 배럴당 77달러를 넘어섰다.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NYSE:USO)가 추적하는 WTI 경질유 선물 가격이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세계 석유 수요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상승세다. OPEC은 2024년 세계 석유 수요 성장 전망치를 하루 178만 배럴로 낮췄다. 이는 이전 전망치인 185만 배럴에서 하향 조정된 수치다. OPEC은 2024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432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 세계 석유 수요 성장 전망치 역시 하루 211만 배럴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이전 전망치인 225만 배럴에서 낮아진 수치다.

OPEC은 최신 월간 보고서에서 "이번 소폭 수정은 2024년 1분기, 일부 경우 2분기의 실제 데이터와 함께 2024년 중국의 석유 수요 성장에 대한 기대치 감소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가 상승은 주로 공급 리스크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영토 기습 진입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1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두 번째 지역에서 민간인 대피를 시작했다. 이는 키이우(Kiev)의 군사 활동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주 화요일 우크라이나군은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러시아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 지역 일부를 진격했다. 이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있을 수 있는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일요일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건을 놓고 서로를 비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저녁 내내 여러 차례의 폭발음을 들었고 발전소 북서쪽에서 짙은 연기를 목격했다고 보고했다.

IAEA는 발전소의 냉각탑 중 하나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지만, 원자력 안전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IAEA 사무총장은 "이러한 무모한 공격은 발전소의 원자력 안전을 위협하고 원자력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의 긴장도 계속 고조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이스라엘은 대피소로 전환된 가자시의 한 학교 단지에 대해 공습을 감행했다. 가자 민방위 구조대는 이 공격으로 약 100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지만, 이스라엘은 해당 단지 내에서 약 20명의 무장 세력이 활동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여러 아랍 국가들과 터키, 영국,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수장도 이 공격을 규탄했다.

수요 동향 변화에 대응해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 달 중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가 인용한 무역 소식통에 따르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9월 중국에 4,300만 배럴을 수출할 예정이다. 이는 8월 예상 수출량 4,600만 배럴에서 감소한 수치다.

주식 시장 반응:

-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NYSE:XLE)는 뉴욕 시간 오전 8시 기준 0.5% 상승했다.

- 시간 외 거래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인 종목은 할리버턴(NYSE:HAL)과 베이커 휴즈(NYSE:BKR)로, 모두 1.4% 상승했다.

- 상류 부문 기업들을 추적하는 SPDR S&P 석유·가스 탐사·생산 ETF(NYSE:XOP)도 0.6% 상승했다.

- 비테스 에너지(NYSE:VTS)는 3% 이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