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EU가 통합 시세 정보 시스템(Consolidated Tape, CT) 구축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시장 데이터 개혁에서 유럽을 기다릴 의향이 없지만, 2022년 7월 워싱턴 D.C. 순회 항소 법원의 판결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CT 계획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됐다.
SEC가 제시한 자율규제기관(SRO) 2/3, 비SRO 1/3의 운영위원회 구성 모델은 실행이 불가능해졌다. SEC는 2024년 9월 21일까지 수정된 CT 계획 버전2를 승인할지 결정해야 한다.
영국과 EU에서는 금융상품 투명성 시스템(FITRS) 개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프랑스 금융시장청(AMF),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채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있는 금융상품 분류를 위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규제 당국의 중재를 기대하고 있지만, 규제 당국은 오히려 데이터 전문가 그룹(DEG)에 권고안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동성은 주관적인 문제여서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의 TRACE 재조정 사례를 참고해 발행사와 투자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식과 채권 시장의 발전 단계와 구조 차이를 고려할 때, 주식 CT의 '실시간' 정의를 채권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미국에서 제안된 TRACE 보고 시간을 15분에서 1분으로 단축하는 규정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ESMA가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3개 자산군에 단일 요구사항을 적용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기술 기준에 대한 최소 요구사항은 혁신의 장벽이 될 수 있다. CT 제공업체(CTP) 또는 경쟁 통합업체(CC) 입찰 후보들은 창의성보다는 규제 준수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크다.
생태계 악화는 공공 SIP/CTP 구독자의 정보 접근이 지연되거나, 거래소의 독점 상품이 비합리적으로 가격이 책정돼 소수 엘리트 플레이어만 접근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 또한 공공 SIP/CT 피드를 저개발 상태로 두고 자사 이익을 위해 독점 상품을 홍보하는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영국은 EU보다 몇 달 앞서 시장 투명성 개선 협의를 진행 중이다. FCA는 거래량의 완전 공개보다 가격 공시의 즉시성 이점을 우선시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시장 분열은 불가피하지만, CT에 대한 업계의 요구사항을 조율하려는 FCA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LSEG와 NYSE의 연구는 '계산대 대기 시간'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슬리피지 등의 현상은 정규거래소, 다자간거래시설(MTF), 체계적 내부화기관(SI), 단일 딜러 플랫폼(SDP) 간의 역량 차이와 관련이 있다. 대중 시장 상품(CT)과 거래소의 독점 상품, 승인된 공시기관(APA)의 부가가치 서비스 간의 상대적 가용성과 가격 차이가 핵심이다.
전송과 가용성은 별개의 문제다. 데이터를 CTP로 전송해야 한다는 요구사항과 '거래 보고' 개념 자체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전송' 대신 '획득' 또는 소스에서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도청'할 수 있는 읽기 전용 권한이 더 나은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
미국, 영국, EU 모두 관련 시장 구조 문제를 무시하고 시장 데이터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는 것은 바닥을 향한 경주와 다름없다. 이는 '경쟁 압력을 통해 더 저렴하고 높은 품질의 접근성 좋은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시장 개혁은 사회적 비용과 개인적 비용의 차이를 고려해 권리와 의무를 적절히 구분하고, 이상 변동성 등 시장의 취약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AI 알고리즘 주도 시장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이러한 접근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