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현금 ISA 한도 축소 검토...저축형 국민에서 투자형 국민으로 전환 유도

정부 정책 변화는 종종 선호하는 저축 전략에 혼란을 가져오곤 하는데, 14년 만에 집권한 노동당도 예외는 아니다.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의 가을 예산안에서 ISA(개인저축계좌)는 손대지 않았지만, 최근 현금 ISA 한도 변경에 대한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현금 ISA와 주식형 ISA는 각각 연간 2만 파운드의 비과세 한도를 가지고 있다.

리브스 장관은 첫 예산안에서 개인저축계좌 한도를 2030년까지 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간 2만 파운드까지 수익에 대한 세금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상승과 임금인상으로 현재 한도의 실질가치는 향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한도는 여전히 저축자들이 세금 부담 없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리브스 장관이 현금 ISA 운용 방식을 변경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금 ISA가 표적이 된 이유

현금 ISA는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개인저축계좌다. 1800만 명 이상의 저축자들이 총 3000억 파운드에 달하는 금액을 현금 ISA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영국의 성인과 아동들은 고정금리로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2022/2023 과세연도 기준 ISA 가입자의 63%가 현금 ISA를 선택했으며, 주식형 ISA 가입자는 31%에 그쳤다.

이러한 격차는 영국 시민들이 자국 산업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 금융권 로비스트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엠마 레이놀즈 시티 장관은 영국의 투자 문화 부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인플레이션이 현금 ISA 보유자들의 수익 잠재력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인들이 주식 투자를 꺼리는 것뿐만 아니라, 2023년 주식 투자 성인 비율이 전년 대비 6% 하락한 26%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리브스 장관이 주식형 ISA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현금 ISA 한도를 낮추거나 아예 폐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금 ISA 보유자들에게 우려스러운 전망이지만, 로비의 논리에는 일리가 있다. 지난 10년간 주식형 ISA의 평균 수익률이 9.64%인 반면 현금 ISA는 1.21%에 그쳐, 역사적으로 저축보다 투자가 자산관리에 더 유리했다.

현금 ISA 어떻게 해야 하나

재테크 전문가 마틴 루이스는 현금 ISA 가입자들의 우려를 진정시키며 저축자들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루이스는 현재 확정된 것이 없으며, 예상되는 변화는 향후 납입분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기존 계좌의 자금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금 ISA 저축금을 인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금 ISA 한도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더라도, 많은 금융기관들이 일반투자계좌를 도입해 한도를 초과한 후에도 저축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위험 성향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지만, 일반투자계좌의 저축금은 과세 대상이 된다.

영국을 투자국가로 전환

영국 정부가 ISA 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는 제레미 헌트 전 보수당 재무장관이 'UK ISA'를 추진했는데, 이는 국내 주식에만 투자할 경우 비과세 한도를 2만5000파운드로 늘리는 방안이었다.

영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는 의도였지만, AJ 벨의 마이클 서머스길 CEO는 UK ISA가 장기적으로 너무 복잡해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적 술수'라고 일축했다.

리브스 장관은 취임 후 첫 조치로 UK ISA 계획을 폐기했지만, 최근 현금 ISA에 대한 로비는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영국인들의 주식 투자를 장려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금 ISA의 미래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영국을 저축형 국가에서 투자형 국가로 전환하는 것은 국민들이 선호하는 자산관리 전략을 건드리는 것을 꺼리는 정부에게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