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극우 대선후보 출마 금지에 시위·비판 확산

루마니아가 극우 포퓰리스트 칼린 게오르게스쿠의 5월 대선 출마를 금지하면서 국내 시위와 함께 유럽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에 대한 해외의 비판이 일고 있다.

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화요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BEC)의 선거 출마 금지 결정에 대한 게오르게스쿠의 항소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BEC는 지난 일요일 5월 재선거에 대한 게오르게스쿠의 출마 자격을 거부했다.

선관위는 항소 이전에 게오르게스쿠의 출마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개되는 선거 과정에서 동일 인물의 대선 출마 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루마니아는 러시아가 게오르게스쿠를 지지하기 위해 약 800개의 틱톡 계정을 만들었다는 정보기관의 보고 이후 선거 결과를 무효화했다.

게오르게스쿠의 출마 금지에 항의하며 수백 명의 시위대가 루마니아 국기를 흔들며 '마지막 수단은 또 다른 혁명이다!'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현장에 배치된 진압 경찰을 향해 깨진 보도블록과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후보 자격 박탈로 민주주의 우려 확산

법원의 결정은 유럽의 민주주의 온전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부다페스트 마티아스 코르비누스 대학 응용역사센터장인 랄프 쇨하머는 이번 선거 출마 금지를 '미친 짓'이라고 표현했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후보자가 러시아와 연관 여부가 불분명한 800개의 틱톡 계정 때문에 대선 출마를 금지당했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그는 반문했다.

정치 불안이 경제성장 발목 잡을 수도

ING싱크에 따르면 정치적 불안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책 입안자들은 '까다로운' 재정 상황과 대외 리스크, '신중한' 루마니아 중앙은행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ING싱크는 '5월 선거가 다가오면서 변화하는 정치 지형이 국가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앞으로 몇 달간 내려질 결정들이 루마니아의 향후 궤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미국 관계 악화 우려도

루마니아의 이번 사태는 EU와 미국 간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요일 모든 미국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EU는 '강력하지만 비례적인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약속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뮌헨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유럽 법원이 선거를 무효화하고 고위 관리들이 다른 선거도 무효화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볼 때, 우리가 스스로에게 충분히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민주주의 가치를 말하는 것을 넘어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치주의 위반 논란 확산

유럽보수개혁그룹(ECR) 공동의장인 니콜라 프로카치니와 파트리크 야키는 이번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프로카치니는 '이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유럽연합 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바스티안 부르두자 루마니아 에너지장관은 반박에 나섰다.

그는 X에 '루마니아 헌법재판소가 극단주의자이자 반유대주의자, 친러시아 성향의 후보자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결정을 확정했다'며 '이는 정당하고 합법적이며 도덕적인 결정이다. 민주주의가 우선이고 루마니아가 우선'이라고 썼다.

러시아 개입 의혹으로 후보 자격 박탈

1월 유럽인권재판소는 대선 무효화에 대한 루마니아 법원의 최초 결정에 반대하는 게오르게스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는 러시아가 게오르게스쿠의 무소속 후보 출마를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내려진 판결이다.

법원은 12월 8일 결선투표를 며칠 앞두고 선거 결과를 무효화했다. 2월에는 게오르게스쿠에 대한 형사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과 게오르게스쿠의 파시스트 단체 지지 혐의를 수사 이유로 들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와 게오르게스쿠의 연관성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차기 선거 일정 확정

루마니아는 5월 4일 1차 투표를 실시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5월 18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BEC는 3월 9일 니쿠쇼르 단 현 부쿠레슈티 시장의 출마를 승인했다. 같은 날 루마니아 여당 연합이 지지하는 공동 대선 후보 크린 안토네스쿠도 후보 등록을 마쳤다.

게오르게스쿠는 3월 11일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다른 후보를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대선 후보 서명 운동에서 누군가를 지지하고 싶다면 양심에 따라 행동하라'며 '민주주의와 자유가 이제 마지막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