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해커, 2430억원대 비트코인 훔쳐... SNS서 신분 스스로 노출

단순한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해 10대가 저지른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도난 사건으로 마무리됐다. 2024년 8월, 19세 비어 체탈과 두 명의 공범은 사회공학적 수법과 대담함만으로 한 피해자로부터 약 2430억원(4,100 비트코인) 상당을 탈취했다.

이들은 구글과 제미니 기술지원팀으로 위장해 피해자를 속여 보안 설정을 재설정하고 암호화폐 지갑 접근권한을 공유하도록 유도했다. 해커들은 원격 데스크톱 앱으로 제어권을 확보한 뒤 화면에 표시된 개인키를 확보해 날이 밝기 전 자금을 빼돌렸다.

하지만 이들의 치밀한 사기 행각은 부주의한 실수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화려한 과시로 전락한 10대 해커

온라인상에서 '위즈'라는 별명을 사용한 체탈은 자신의 부를 숨기지 않았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는 고급 시계와 슈퍼카를 구입하고 명품 구매에 돈을 쏟아부었다. 공범 중 한 명인 말론 램은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에서 파티를 벌이며 5억원을 탕진했고, 체포되기 전 차량 10대를 구매했다. 또 다른 공범 진디엘 세라노는 모든 소셜미디어에 동일한 프로필 사진을 사용해 수사관들의 추적을 용이하게 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해커들이 녹화한 비공개 라이브스트림이었다. 훔친 비트코인이 입금되는 순간을 지켜보던 중 체탈의 이름이 화면에 노출되고 친구들이 '비어'라고 부르는 장면이 담겼다. 이 실수와 블록체인 분석,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암호화폐 조사관 잭XBT는 이들의 정체를 밝혀냈다.

보석 석방 후 재범

체탈은 결국 유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그는 3600억원 상당의 이더리움과 수십 개의 명품을 반환했다. 검찰은 19~24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2024년 10월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두 번째 사기를 저질렀다.

이번에는 뉴저지 주의 한 여성으로부터 200만 달러를 가로챘다. 다시 한번 가짜 기술지원 전화를 이용해 피해자의 지갑 시드구문을 알아낸 뒤 자금을 빼돌렸고, 2000만원을 온라인 도박 계정으로 이체했다. VPN 오류로 실제 IP 주소가 노출되면서 수사관들은 그의 집을 추적할 수 있었다.

체탈의 변호사는 그가 불법 자금임을 알면서도 이를 수락했다고 시인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10대가 로그인 9분 만에 2000만원을 모두 도박으로 날렸다는 점이다.

부모들이 경각심 가져야

체탈의 사례는 단순한 해킹 사건이 아니다. 이는 디지털 범죄가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어떻게 범죄에 휘말리는지 보여주는 경고다.

이는 단순히 코드를 가지고 장난치는 수준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수십억 원대의 범죄였으며 현실 세계의 위험으로까지 이어졌다. 비트코인 도난 일주일 후, 복면을 쓴 침입자들이 도난 자금과 관련된 보복 또는 협박으로 추정되는 체탈의 부모 납치를 시도했다.

암호화폐가 대중화되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10대들은 자신의 방에서 대규모 금융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도구를 손에 넣고 있다. 부모들은 이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암호화폐의 작동 방식, 자녀들이 사용하는 앱, 온라인 사기 수법을 이해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디지털 자유에는 디지털 책임이 따른다. 암호화폐 세계에서 부주의한 클릭 몇 번이 수십억 원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때로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