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금융 시장은 영국입니다. 세계 3대 거래소인 런던거래소는 전세계 선물·옵션 거래의 절반을 담당합니다. 발전된 금융기법을 토대로, 미국 시장에서도 할 수 없는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 역시 이 곳에서 이뤄집니다. 고배율 투자만큼, 영국 시장은 투자의 위험성을 감수하기 위한 분석도 함께 발달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 레버리지 전문 자산운용사인 레버리지셰어즈(Leverage Shares)의 시장 분석을 한국경제TV에 옮겨 싣습니다.]엔비디아(티커: NVDA)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미국 내 투자자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가웠다.
추세 분석엔비디아 실적은 2분기와 비교했을 때 몇 가지 미묘한 변동이 관찰됐다.
출처: 엔비디아,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컴퓨트&네트워킹 부문의 매출 비중은 FY2025 수준으로 소폭 후퇴했으며, 영업이익 비중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는 단가 조정 혹은 평균 제품비용 절감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대비 24% 성장세를 보여 과거 2년 대비 크게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9개월 누적(9M) 실적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됐다. 상반기 기준 40%이던 연간 성장률 추세가 9M 기준 17% 수준으로 내려왔다.

출처: 엔비디아,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또한 급등락하는 주가 변동 영향으로 주식기반보상 비용 증가율도 전년 30%에서 약 25%로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출처: 엔비디아,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매출 지역별 구성에서는 2025년부터 싱가포르가 별도 지역으로 분류됐다가 다시 ‘기타 국가’ 항목으로 복귀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 제한을 우회하기 위한 재반출 루트를 둘러싼 조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동기간 대만의 매출 비중은 3%, 중국(+홍콩)은 2% 증가했으며 ‘기타 국가’의 비중은 2%로 줄었다. 이는 2023 회계연도의 13%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출처: 엔비디아, 레버리지셰어즈 | Sandeep Rao
재고흐름 또한 주목할 만했다. 원자재 비중은 상반기 12%에서 9개월 누적 시점에는 21%로 급등했고, 완제품은 58%에서 35%로 하락했다. 전체 재고증가율은 상반기 48%에서 9개월 기준 32%로 둔화됐다.
엔비디아는 그간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확신이 높은 종목’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이번 분기 데이터는 성장세가 둔화됐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AI 열풍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번 실적 시즌에 과장된 성장 전망을 내놓았으나, 최근 들어 AI트레이딩 피로감이라는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 vs AI열풍메타와 구글의 실적 보고서에서 언급했듯, 현재 미국 GDP 성장의 약 40%, 주식시장 상승분의 80%가 AI 관련 지출에서 비롯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전체 AI 인프라 지출의 절반 수준을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의 중심에는 ‘순환적 AI 거래’가 있다. 이는 엔비디아와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구매·재투자 고리이다. 그리고 이 순환고리는 거의 모든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과 선도적인 AI 스타트업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MD는 2025년 10월 6일, 오픈AI와 6GW 규모의 컴퓨팅 하드웨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AMD는 본 계약이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이 거래에는 오픈AI가 AMD 보통주 1억6천만 주(총발행주식의 약 0.1%)를 단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주식이 현금성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상 ‘지급’에 해당하며, 이는 아래의 의문을 제기한다.
1.칩메이커의 제품과 서비스의 실질 가치는 얼마인가? 그리고 이는 순이익과 주당순이익에 반영되는가?
2.제품과 서비스의 수요는 각 제품과 서비스의 질에 영향을 받는지,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것인지, 또는 투자자들의 관심에 따른 결과인 것인가?
AI 투자의 핵심 논리는 미래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을 통한 효율성 증대였지만, 실제 AI 시스템의 ‘재현 가능성(reproducibility)’ 자체가 최근 의문점으로 떠올랐다. 오픈AI 전 CTO 미라 무라티가 창립한 AI 스타트업 씽킹머신스랩은 “현재 GPU 커널이 배치불변(batch-invariant)이 아니어서 같은 요청을 반복해도 결과가 달라진다”고 발표했다. 즉, 프롬프트가 요청하는 배치 크기, 그룹화 등에 따라 다른 결과를 출력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씽킹머신스랩은 배치불변이 일관성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GPU 작동 효율이 낮아지고 정확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일관성을 해소하면 현재 데이터센터들은 더 많은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인간의 노동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2025년 11월 초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주요 기업들이 이미 기존 현금흐름 대비 데이터센터 투자 한계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5~2026년 AI 관련 자본지출은 배당금·자사주 매입을 제외한 영업현금흐름의 94%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24년의 76%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출처: BofA 글로벌리서치 보고서 중 발췌

출처: BofA 글로벌리서치 보고서 중 발췌
메타, 오라클 등 주요 기업들은 단 두 달 만에 750억 달러 규모의 채권·대출을 발행했으며, 이는 지난 10년 평균의 두 배였다. 이미 대부분의 성장을 부채를 통해 조달한 상태에서 추가 발행은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JP모건 또한 “AI 산업이 2030년까지 투자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가정할 경우, 향후 매년 6,500억 달러의 매출을 영구적으로 창출해야만 투자 수익률 10%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1990년대 통신 기업들의 매출이 통신망 및 광케이블 투자 붐을 따라가지 못해 붕괴된 사례를 상기시킨다. 지금의 AI 랠리를 지속시키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딜’ 발표와 과장된 기대감이었다. AMD CEO 리사 수가 오픈AI 계약 매출 전망을 한 달 만에 10배로 불려 발표한 것도 시장 과열의 단면을 보여줬다.

출처: JP모건 보고서 중 발췌
오픈AI는 아직 ‘현금흐름 흑자’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며, 2029년까지 흑자 전환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올해 3월에 밝혔다. 이 발표에서도 가치 부풀리기의 가능성이 보인다. 오픈AI는 24년에 37억 달러의 매출, 25년에 127억 달러, 26년에 294억 달러 그리고 29년에 1250억 달러 매출을 목표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으로 5년간 24년 매출액 대비 3,300%가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오픈AI는 향후 8년간 연산능력 및 부가장비에 1.4조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절대적인 수익이 부족한 상황에서 막대한 부채를 끌어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심지어 오픈AI CFO 샘 프라이어는 11월 초 월스트리트저널 컨퍼런스에 출연하여 대규모의 저리 대출 실행을 위해 은행과 사모펀드의 참여, 그리고 연방정부의 채권보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투자 경력이 긴 일부 투자자들은 이 부분에서 2008년 금융위기의 상황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차이가 존재한다, 당시엔 은행들이 부채 문제가 폭발하고 정부 지원을 요청했으나 오픈AI는 버블이 걷히기도 전에 정부에 손을 내민다는 점이다.
AI 모델과 산업의 기술적 세부사항에 대해 개인투자자들, 그리고 실제로는 AI 투자의 가장 큰 옹호자 중 일부인 전문투자자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격차는 현재 시장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 연준이 2024년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의 미국 부유층은 2023년 말 기준 미국 주식의 93%를 보유하고 있었으며(AI 열풍이 시작되던 시점), 현재 미국 전체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실적 시즌 동안 이들 중 일부가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주식 3,210만 주를 58.3억 달러에 전량 매도했으며, 이어 피터 틸의 헤지펀드와 억만장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동일하게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의 지분을 매각했다.
한편, 클라르나의 CEO 세바스찬 시에미앗코브스키는 패밀리오피스인 플랫 캐피탈을 통해 오픈AI, 퍼플렉시티, xAI, 세레브라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AI 투자 옹호자다. 그는 과거 “클라르나가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을 활용해 직원의 절반 이상을 감축했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너무 커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딜’과 너무 많은 ‘전문가’2025년 현재, 홈디포, 타깃, 로우스 같은 대형 소매업체들이 모두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미국 내 해고 건수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출처: 미 연준 클리브랜드 은행, CBS뉴스 | 메리 커닝햄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0월의 해고 규모는 지난 22년 중 해당 월 기준 최대 수준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AI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셋 위원장은 이번 주 초 “AI로 인해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어, 기업들이 굳이 신입사원이나 대학 졸업생을 추가로 채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잠시 조용한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올해 초 일부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투기적 예측과 맞닿아 있다. 즉, 2027년까지 AI가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고, 그 다음 해에는 ‘초지능’이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AI 열풍이 본격화된 것도 이 같은 예측이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이성적으로 볼 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덤덤했다. 인공지능은 멋진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오류가 잦은 보조 도구이며, 최소한 현재로서는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었다.
AI 산업을 둘러싼 투기적 광풍은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수조 달러 규모의 순환적 AI 거래 구조를 만들어내는 이유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데이터센터나 AI 서비스 기업들과 달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부채 부담이 적었다. 이들의 강한 현금흐름은 복잡한 금융 거래를 뒷받침하며, 그 덕분에 판매 실적 상승뿐 아니라 AI 열풍으로 인한 주가 상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번 분기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실적 발표 하루 전,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하는 오픈AI의 경쟁사 앤트로픽에 최대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도 최대 50억 달러를 앤트로픽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앤트로픽은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블랙웰 및 베라 루빈 시스템 1GW 규모를 구매하고, 마이크로소프트 Azure 클라우드 네트워크에서 300억 달러 상당의 컴퓨팅 성능을 활용하며, 추가로 1GW의 컴퓨팅 용량을 계약하기로 했다.
관세와 전쟁에서부터 AI 산업에 이르기까지, 2025년은 유난히 ‘딜’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 해였다. 특히 AI 산업 내에서의 이러한 거래들은 대부분 투자자들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에 속해 있다. 그 결과, 관련 논의는 과장된 추측과 투자자들의 FOMO(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심리), 그리고 ‘전문가’들의 과도한 낙관론으로 이어졌다.
AI 버블이 붕괴할 경우, 엔비디아의 향후 성장 전망 중 상당 부분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재무 구조는 한때 회사의 제품 성장을 견인했던 소비자·게이머·암호화폐 채굴자 중심 시장과는 괴리되어 있으며, 이제는 거의 전적으로 기업 고객(특히 빅테크)의 수요에 의존하고 있다.
AI 산업 전반에 대한 경계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엔비디아의 끊임없는 거래 사이클은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산업을 옹호하며 그 중심에서 목소리를 내던 주요 인사들 ? 손정의, 피터 틸, 스탠리 드러켄밀러 등 ? 은 동시에 관련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현대 경제에 필요한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주가는 과열된 열풍으로 인해 과대평가되어 있으며, 시장이 한때의 기대감을 잃어가면서 변동성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관련 상품유럽의 전문 투자자들은 시장 방향성에 따라 상승장이 예상될 경우 레버리지셰어즈 엔비디아 롱 +3배 ETP(NVD3), 하락장이 예상될 경우 엔비디아 숏 ?3배 ETP(NV3S)를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매그7 롱 +5배 ETP(MAG7) 및 매그7 숏 ?3배 ETP(MAGS)를 활용해 AI 관련 대형 기술주 흐름에 레버리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아울러, 엔비디아 옵션 ETP(NVDI)는 엔비디아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풋옵션을 매도해 월간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이며, 매그니피센트 세븐 옵션 ETP(MAGO)는 7개 주요 기술주의 옵션 ETP에 균등 배분해 운용하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