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미국과 이란 전쟁이 5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고 있습니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114달러에 거래됐는데요. 3월 한 달간 약 55% 급등하며 1988년 거래 시작 이래,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1차 걸프전 당시인 1990년 9월의 월간 상승률이 46% 였으니까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죠.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6월물 브렌트유도 108달러 선을 넘었습니다. 오늘 WTI도 5% 오르며 105달러에 마감했는데요. 이렇게 100달러 선 위로 올라온 건 2022년 7월 이후 처음입니다. 미군 추가 병력이 이란에 도착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맨 후티 반군까지 전쟁에 동참하면서 유가는 추가 상승 동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후티 반군이 아덴만과 홍해를 잇는 핵심 경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교통을 차단하려 시도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는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데요.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은 하루 400만~500만 배럴에 달하고요. 안 그래도 호르무즈 해협으로 원유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데, 이 경로까지 막힌다면 유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게 치솟을 전망입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마이클 헤이그 연구원은 오는 4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라츠와 샬럿 퍼킨스를 포함한 분석가는 “전쟁 4주가 지나면서 사실상 폐쇄된 호르무즈 해협 영향이 이제 석유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리고 “누적된 손실 규모가 이제 최종 소비 시장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만큼 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글로벌 증시가 ‘고유가와 고금리의 장기화’ 시나리오를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수록 시장의 조정도 깊어지고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경고했습니다.
(채권) 그리고 이란 전쟁 여파에 대한 우려로 하락했던 채권 가격이 반등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즉각적인 영향에 대한 공포를 완화시켜 줬기 때문인데요. 파월 의장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잘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자,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2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행사에 참석한 파월 의장의 발언 살펴보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단기적인 변동을 넘어 안정적으로 안착돼 있는 것 같다”, “중동 분쟁의 영향에 대응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구하는 "파월 의장의 차분한 어조와 더불어, 고유가 장기화가 경제 성장에 미칠 위험에 시장이 뒤늦게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제 금리 전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한 번 이상의 금리인하가 이뤄질 확률이, 추가 인상 확률보다 훨씬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시장에선, 이미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연준이, ‘유가 급등’이라는 변수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손발이 묶일 것’이라는 우려가 만연해 있었습니다. 때문에 채권 시장에선 극심한 매도세가 나타나며 금리가 치솟았던 건데요. 2월 말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2년물과 6년물 국채금리는 0.5%포인트 넘게 급등했죠. 다만, 에버코어의 의견처럼 이제 경기침체를 월가에선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경기침체가 채권 시장의 반등을 불러오고, 치솟았던 국채금리를 다시 끌어내릴 것으로 보는데요. JP모건 자산운용의 켈시 베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성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국채 금리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고요. 또, “현재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충분히 매력적인 구간까지 올라왔다”고 덧붙였습니다. 핌코의 다니엘 이바신 CIO도 미국 경기를 우려하는데요. “인플레이션 쇼크로 시작된 상황이 조만간 ‘성장 쇼크’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이미 많이 약해진 상태”로 진단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시장은 이제 치솟는 유가 너머 경제 성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지금까지 글로벌 머니플로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