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국과 이란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극명한데요. 밴스 부통령은 핵심 쟁점이 “이란의 핵무기 추구 포기 거부”였다고 밝힌 반면, 이란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합의를 방해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가장 민감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해서는 진전의 기미가 전혀 없었습니다. 밴스 부통령이 브리핑에서 이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미 군함의 호르무즈 통과를 두고도 미국과 이란은 서로 다른 말을 내뱉고 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기뢰 제거를 위해 해협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는 대치 끝에 미 군함을 회항시켰다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비록 전쟁 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통행량이 다소 증가했다는 점인데요.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토요일, 초대형 유조선 세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휴전 합의 이후 페르시아만을 빠져나온 첫 선박들로 보이는데요. 각 선박은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규모입니다. 이번 주 투자자들이 위태로운 이란 휴전 소식에 주목하는 동안, 원유 시장에서는 트레이더들과 정유사들이 즉시 인도 가능한 물량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뒤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움직임 자체가, 중동발 공급 차질로 인해 앞으로 몇 주 동안 체감하게 될 원유 부족 규모가 상당하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렇게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 아시아에 이어 유럽 정유사들까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감산은 원유 수급 균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신 디젤이나 항공유 같은 필수 석유 제품 부족을 더 심화시킬 수 있죠. 스파르타 커모디티의 닐 크로스비는 “지금은 그냥 원유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실물 브렌트유 시장은 엉망이고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올랐다. 이 속도라면 유럽 정유사들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가동률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물 시장의 과열 분위기, 이번 주 13%나 하락해 배럴당 95달러 선에서 마감한 선물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옆에 이 그래프처럼 실물 가격이 선물보다 훨씬 비싼 현상을 ‘백워데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인도 시기가 빠를수록 가격이 더 높게 붙는 구조입니다. 트레이더들은 즉시 인도 가능한 원유에 붙은 이런 극단적인 프리미엄이 시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중소형 정유사들은 가격 상승으로 금융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고요. 실물 가격이 선물보다 훨씬 비싸다 보니, 헤징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우디 아람코 출신 컨설턴트 로베르토 울리비에리는 “이건 리스크 관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류상으로는 마진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현금 흐름은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원유 구매자들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미국 내에서도 곧 체감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만약 선물 가격이 이런 실물 시장 상황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미국의 원유 수출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고, 결국 미국 내 정유소들이 쓸 원유마저 부족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앞으로 몇 년간 원자재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트넷은 이를 ‘anything but bonds’, 즉 “채권만 아니면 뭐든 투자한다”는 흐름으로 설명했는데요. 그동안 주식이 주도해왔던 시장에서, 앞으로는 원자재가 더 큰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원자재를 확보하려는 경쟁”으로 규정하면서, “반도체 칩, 희토류, 광물, 석유를 가진 쪽이 AI 경쟁에서도 유리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중동 전쟁과 AI 경쟁이 겹치면서, 각국은 에너지와 자원 공급망 확보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격 급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동시에,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흐름은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옆에 그래프를 보시면, 노란색 선이블룸버그 원자재 지수, 검은색이 S&P500, 그리고 회색이 블룸버그 미 국채 지수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2025년 초 이후 약 35% 상승하며,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반면 미국 국채 수익률은 7% 미만에 머물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자원 보유국이 곧 승자'가 되는 새로운 시장 질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눈앞의 실물 원자재가 더 귀해진 지금,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각국의 셈법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머니플로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