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8% 가까이 급락하며 흔들렸던 국제 유가가 오늘은 일단 '쉼표'를 찍었습니다. 오전 5시 20분 기준, 두 유종 모두 보합권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WTI가 91달러에, 브렌트유는 94달러 후반에 움직였습니다. 오늘장 WTI 그래프를 보시면, 등락을 반복한 모습이죠. 유가를 이렇게 들었다놨다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오늘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날 날이 아주 가까워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특히 전쟁이 종료되면 “증시가 엄청난 붐을 일으킬 것”이라며 시장의 낙관론에 불을 지폈는데요. 다만, 여전히 제일 해결되어야 할 문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의 재개는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량은 평소의 10% 수준인 하루 210만 배럴까지 뚝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실제 생산 차질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덜하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3월 중동의 생산 ‘중단’ 물량을 하루 800만 배럴로 추산했는데요. IEA가 예상했던 1,000만 배럴보다 적은 수치입니다. 탱크에 미리 쌓아둔 재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고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간밤 나온 미 에너지정보청, EIA 데이터에 따르면 재고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91만 배럴 가량 줄었습니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210만 배럴 증가와는 전혀 다른 수치죠. 그중 휘발유 재고는 무려 630만 배럴이나 급감하며 시장 예상치인 210만 배럴 감소를 세 배 넘게 웃돌았고요. 디젤유와 난방유를 포함한 정제유 재고는 전주 대비 310만 배럴 감소하며, 시장 예상치인 240만 배럴 감소보다 역시, 더 큰 폭의 보였습니다. 그리고 보고서 발표 후 WTI는 장 초반 하락폭을 일시적으로 만회했습니다. 93달러 부근까지 올라섰는데요. 다만, 이후 다시 하락 전환한 모습입니다. 이번엔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발언도 살펴보죠.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의 임시 판매를 허용했던 '일반 면허'를 더 이상 갱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기서 일반면허란, 제재 대상국들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발급했던 걸 말하는데요. 러시아는 이미 지난 토요일에 끝났고, 이란 역시 이번 일요일이면 면허가 만료되는데, 사실상 '예외 없는 제재'를 공식화한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을 포함해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동맹국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도와 필리핀 등이 미국 측에 제재 유예를 연장해달라고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디 인도 총리까지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협을 열어달라'고 직접 압박했지만, 재무부는 여전히 '선별적 구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습니다.
(유럽 증시) 한편, 간밤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향해 질주한 것과 달리, 유럽 증시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장을 마쳤습니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6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 넘게 빠졌는데요. 특히나 프랑스 증시의 발목을 잡은 건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었습니다. 구찌를 보유한 ‘케링 그룹’의 주가가 무려 9.3%나 폭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는데요. 1분기 매출이 기대치를 밑돈 데다, 특히 전쟁 여파로 중동 지역 소매 매출이 11%나 꺾인 점이 뼈아픈 대목이었습니다. 에르메스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1분기 매출이 40.7억 유로, 약 7조원을 기록했는데요.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고요. 역시 중동 지역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프랑스나 영국 등에서도 중동 쇼핑객들이 줄어든 여파가 여실히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에르메스 주가는 장중 한때 14% 급락하며 사상 최고 낙폭 기록을 쓰기도 했는데요. LVMH와 디올 같은 주요 럭셔리주들도 이 소식에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며 유럽 시장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아시아와 미국 시장이 중동 평화 협상 재개 소식에 환호하며 유가 하락과 지수 상승을 이끌어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머니플로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