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혔던 바닷길이 드디어 열립니다. 트럼프 대통은 “오는 19일, 이란과의 합의문에 서명할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개방한다”고 밝혔습니다. 에너지 동맥이 다시 뚫린다는 소식에 증시는 일제히 환호했습니다. 나스닥은 3% 넘게 그리고 반도체주가 질주하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5% 급등했으며, 국제유가도 즉각 하락으로 화답했습니다. 두 유종 모두 4% 넘게 뚝 떨어져 WTI는 81달러선 브렌트유는 배럴당 83달러선까지 내려와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소식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에게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습니다. 기름값이 잡히면 고물가 압력이 줄기 때문입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70%까지 점쳤습니다. 하지만 오늘 유가가 꺾이자 금리 인상 확률은 50%로 떨어졌고, 오늘 미 국채금리도 일제히 하락해 한 달 만에 최저치를 보였습니다. 물가를 자극하던 핵심 고리인 유가가 하향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연준이 시장을 자극할 만한 강력한 긴축 정책을 고집할 명분도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름값이나 통행량이 당장 전쟁 전으로 바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이릅니다. 비유를 하자면 꽉 막혔던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를 이제 막 연 것과 같습니다. 나들목을 통과하려는 유조선 수백 척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데다, 바다에 남아있을지 모를 기뢰를 제거하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블룸버그는 멈춰 섰던 생산 시설을 고치고 물류 병목을 해결하는 데만 최소 두세 달은 걸릴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이란은 안전관리 명목으로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불안 요소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닙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로운 항행'을 약속한 점을 미뤄 보면 이란이 당초 계획했던 해협 관리비용 등의 청구 계획에서는 일정 부분 물러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해상 물류의 실질적인 정상화 속도에 따라, 당분간 국제유가는 가파른 하락보다는 완만하게 계단을 밟으며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골드만삭스는 걸프 지역의 공급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연말에는 70달러 선, 내년에는 60달러 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최근 농산물 시장의 눈은 기후변화에 쏠려있습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지난 5월부터 심화되면서 오늘 코코아 선물이 장중 7% 급등하는 등 원자재가 먼저 반응하고 있습니다. 가장 비상이 걸린 곳은 밥상물가, 식품 가격입니다. 미 농무부는 올해 식품 가격이 전년 대비 최대 4.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엘니뇨 가뭄에 직격탄을 맞는 설탕과 코코아의 경우, 이를 원료로 쓰는 제품 가격이 최대 8.4%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기상 당국은 지난 금요일부터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했으며, 미국과 중국 일본 기상 당국은 일제히 76년만에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것이란 경고를 보냈습니다. 농업 생산 차질은 이미 현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에너지 공급망에도 영향이 예상됩니다. 기후변화와 각종 공급망 불안이 맞물려 있는 상황인 만큼, 물류망 대응 능력을 키워야한다는 조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