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넘게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호르무즈 해협도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유가도 점점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인데요. 그런데 사실 아직 종전이라는 축배를 들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죠. 바로 이 60일, 60일의 유예 기간, 협상 기간이 확실한 종전 여부를 가리게 될 운명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미국과 이란은 서로의 득실을 따지듯이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습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가 없을 것이라고 연일 밝히고 있지만, 양국이 서명한 양해각서를 보시면요. 단 60일만 호르무즈 해협의 이용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고요. 이란 측에서는 이미 이 60일 이후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선박은 페르시아만 해협청이 승인한 보험 증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문건을 공개한 건데요. 이 문건에 따르면, 해당 보험은 당분간 무료로 제공되겠지만 60일 이후에는 보험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호르무즈를 지나는 선박들에게 비용을 걷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아슬아슬한 휴전까지 종전으로 나아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요.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전쟁을 끝냈듯이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가을에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헤즈볼라를 향한 군사 작전을 멈출 수 없다는 게 전쟁의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자 결국 이란은 이를 명분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미국 측에서는 아직 호르무즈 해협의 길이 열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심지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미국이 호르무즈를 장악할 것이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도 미국이 부과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제 스위스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면 협상이 진행되기도 했죠. 이란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반발해 협상장을 떠났다는 소식이 나왔고 또 레바논에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도 양국의 협상이 중단됐을 뿐 결렬된 것은 아니라고 하고요. 또 미국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곧 면제할 것이라는 소식도 나오고 있으니 앞으로의 상황을 조금 더 주시해 봐야겠습니다.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보면, 그래도 전쟁은 끝나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예전처럼 정면으로 충돌하지는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다만 앞서 전해드린 변수들이 문제겠죠.
다시 말해 이러한 이유들이 시장에서 유가가 당분간은 크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전략 비축유 재고는 1983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요. 미국의 원유 재고도 10주 연속 감소 흐름을 이어가다가 지난 12일 기준으로 41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현재 유가가 8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골드만삭스가 여전히 올해 말 브렌트유의 가격을 80달러로 전망하고 있는 게 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인데요. 코메르츠뱅크에서도 석유 공급이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는 전제 하에 브렌트유가 연말까지 8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씨티은행에서는 그래도 내년 1분기에 유가가 60에서 65달러까지는 내려올 것 같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가가 더디게 내려오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보니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텐데요. 자산운용사 애버딘에서도 “아직 중앙은행들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고요. 파이낸셜타임스에서는 이번 전쟁이 유가뿐만 아니라 비료와 금속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면서 이제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에너지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요. 또 현재 엘니뇨 같은 현상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식량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무디스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미 팬데믹과 러우전쟁으로 지난 5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쌓이고 또 쌓였는데, 미국과 이란의 전쟁까지 덮쳐 버리니 이런 고물가 추세는 향후 6개월에서 1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 이제 완전한 평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60일 협상 기간이라는 시간 속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죠. 먼저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에 나온 부분, 이란의 재건을 돕기 위한 3천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주목해 볼 텐데요.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들의 투자금이 들어가며 심지어는 우리나라 기업도 참여한다고 언급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 이란의 경제를 되살리는 것을 전쟁의 대가로 삼고 있지만 동시에 다시 한번 큰 그림을 그리고 있죠.
이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직접 이란에 들어가 인프라를 짓고 현지 인력을 고용하니까 이란 혁명수비대 위주로 모든 게 돌아가던 이란의 경제가 이렇게 민간 기업으로도 분배될 수 있고요. 그 첫 번째 수혜 대상은 건설, 재건, 인프라 기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어서 석유를 시추하는 장비나 파이프라인을 정제하는 에너지 장비, 기자재 관련 기업도 주목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란은 이번에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이 호르무즈라는 카드가 얼마나 강력한지 또 유가를 움직이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실감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은 이제 자신들의 낡고 노후화된 정유 시설을 교체하는 데 망설이지 않을 테고요. 이는 곧 이란이 호르무즈로 벌어들인 돈이나 아니면 펀드의 자금이 어디로 가장 먼저 흘러갈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