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지수) 간밤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09% 약보합으로 버텨냈지만, 나스닥지수가 2.21% 크게 밀렸고 S&P500도 1.44% 조정을 받았는데요. 어제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기술주 매도세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서 더 거세졌죠. 이 흐름이 오늘 미국의 반도체주들을 다시 끌어내리면서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적인 붕괴가 발생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오늘 가장 크게 무너진 섹터는 반도체였는데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 7.87% 하락했습니다. 외신들은 오늘 반도체 매도세의 진앙지가 한국 시장이었다고 분석했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 넘게 동반 폭락하자, 그 충격이 이른바 패닉 셀을 촉발하며 미국으로 옮겨 붙었다는 거죠.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마이크론이 13% 크게 밀렸고, 샌디스크도 13.69% 동반 급락했습니다. 이렇게 메모리 관련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대장주 엔비디아는 4% 하락, TSMC와 인텔도 각각 6%씩 밀리고 말았습니다.
(시총 상위) 다만 모든 기술주가 약세였던 건 아닌데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같은 일부 대형주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하루였습니다. 특히 그동안 경쟁사 대비 AI 투자에 뒤처지고 있단 지적을 받아온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늘 같은 시장에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적게 투자했다는 이유로 1.8% 상승했고요. 3거래일 연속 급락하던 스페이스X도 오늘은 0.94%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장 초반 시가총액 2조 달러가 잠시 무너지기도 했지만, 250억 달러 규모의 첫 회사채 발행에 무려 900억 달러가 넘는 매수 주문이 몰렸다는 소식이 나오며 투심이 회복됐죠. 다만 서스퀘하나에선 사업 경쟁력은 강해도 주가가 아직 너무 비싸다며, 스페이스X 투자의견을 중립, 목표가는 170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오늘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소비재와 부동산, 헬스케어 등으로 흘러갔는데요. 소프트웨어 섹터에서도 순환매가 포착됐습니다. 다만 오라클은 이 흐름과 무관하게 5.66% 조정을 받았죠. 지난 1년 사이 정규직 2만천 명, 전체 인력의 약 13%를 줄인 사실이 확인된 건데요. 이번 구조조정으로 약 18억 달러를 지출했고, 이 규모가 전년도 구조조정 비용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유가) 국제유가는 오늘도 내림세를 이어갔는데요. WTI유가 0.73%, 브렌트유도 1.05% 하락했죠. 다만 아직도 미국과 이란 양측에서는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은 바로 ‘핵 사찰’인데요.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을 이란이 수용했는지를 두고 이란은 새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하루 동안 원유 1900만 배럴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주장했는데요. CNBC는 이 수치를 즉각 검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채)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는 돈이 몰렸는데요. 여기에는 분기 말과 반기 말을 맞아, 연기금들이 그동안 오른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들이는 리밸런싱 수요까지 겹쳤습니다. 그러면서 10년물 금리는 4.5%, 2년물은 4.2%를 기록했죠. 다만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물가 경계를 늦추지 않았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최근엔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에너지나 관세와 무관한 서비스 물가까지 함께 오르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꼬집었습니다.
(환율) 달러 강세도 계속됐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 베팅에 힘입어 달러인덱스가 0.36% 오르며 여전히 101선 위에 머물고 있는데요. 엔화 약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2엔선 턱밑까지 밀리며 39년 만의 최저 수준을 눈앞에 둔 상황이고요. 반면 원달러 환율은 다행히 오늘 조금 내리면서, 1,533원에서 마감했는데요. 역외환율에서는 1,532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금) 귀금속도 일제히 내렸습니다. 금값이 1.75%, 은값은 6% 가까이 급락했는데요. 도이치뱅크에선 금 전망치를 최대 22% 낮춰 잡은 보고서가 나왔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투자 수요도 줄면서 기존 강세 전망을 후퇴시킬 수밖에 없었단 설명입니다.
(암호화폐) 위험 회피 심리가 짙어지면서 암호화폐도 충격을 피할 수 없었는데요. 비트코인은 3%, 이더리움은 4% 나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월가에서는 오늘 장을 두고 어떤 한마디를 남겼을까요? 먼저 JP모건은 6월 말까지 분기 말 리밸런싱 과정에서 최대 1650억 달러 규모의 주식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번 리밸런싱은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비중을 맞추기 위한 기계적인 조정이라고 봤고요. 분기 말 며칠간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일시적인 주가 출렁임이 나타날 수 있단 설명입니다. 에버코어 ISI의 줄리안 에마누엘 분석가는 다시금 실적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 대형 기술기업들이 다시 투자자들의 선호를 되찾을 거란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