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의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9월 금리인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와 노동시장 연착륙 조짐에 따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1일(현지시간) 종료되는 2일간의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이르면 9월 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뉴욕 연준 시장그룹 전 책임자인 브라이언 색은 "연준이 금리인하에 한 발 더 다가섰으며, 이번 주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물가가 통제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로 인해 당국자들은 금리인하를 고려할 여지를 갖게 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몇 달간 크게 둔화돼 올해 초 제기됐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의 주요 요인이었던 노동시장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임금 상승률도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해고가 증가했고, 3개월 평균 실업률은 0.4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경기침체 시작을 알리는 지표인 '샘 규칙'의 기준인 0.50%에 근접한 수준이다.
연준은 건전한 노동시장 유지에 주력하고 있으며, 정책금리를 너무 오래 높게 유지하면 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경기 둔화를 고려할 때 9월까지 금리인하를 미루는 것이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준 총재는 "금리인하로 경기침체를 막기에 이미 늦었을 수 있지만, 지금 지체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다른 당국자들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상황을 직접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물가 안정의 진전과 노동시장 연착륙에 따른 위험을 인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연준이 인플레이션 관리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금리인하 준비 태세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치뱅크의 피터 후퍼 리서치 부회장은 중앙은행이 9월까지 완화 사이클 시작을 미루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고 있다.
연준 이사회 전 수석고문이자 현재 듀크대학 학자인 엘렌 미드는 파월 의장이 9월까지는 필요한 합의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인플레이션이 상승한 경험을 고려할 때, 아마도 두 번째 위험에 더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세계 경제 지형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예를 들어 중국인민은행(PBOC)은 최근 예정에 없던 대출 조치를 상당히 낮은 금리로 실시해 경제 지원을 위한 통화 부양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7월 초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는 향후 몇 달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된다면 금리인하가 고려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한편 리사 쿡 연준 이사는 현재 4.10%의 실업률이 견고한 노동시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실업률이 급등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이 빠르게 변할 수 있어 대응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