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된 인프라와 연료 부족으로 쿠바에서 다시 한번 심각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쿠바의 문제적 경제에 깊이 뿌리박힌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미 위태로웠던 상황은 허리케인 시즌 동안 더욱 악화됐다. 허리케인 오스카가 폭우를 쏟아부은 가운데 이 섬나라의 석유 수입 의존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노후화된 에너지 인프라
쿠바의 전력망은 8개의 노후화된 화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거의 50년이나 된 것으로, 지난 10년간 거의 유지보수를 받지 못했다. 이 발전소들은 원유를 연료로 사용하지만, 쿠바의 원유 대부분은 품질이 낮고 황과 금속 함량이 높아 연소 과정에 손상을 주고 지속적인 수리를 필요로 한다.
쿠바는 전력 수요를 보충하기 위해 터키의 발전선 여러 척을 임대했으며, 이는 국가 전력의 최대 20%를 공급했다. 하지만 이 선박들 역시 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쿠바의 연료 보유량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쿠바가 석유 파생물을 사용해 83%의 전기를 생산했으며, 재생에너지원의 기여도는 5% 미만이라고 보고했다.
쿠바는 일일 약 4만 배럴의 연료를 생산하지만 약 12만 배럴을 소비한다. 이 부족분은 과거에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입으로 충당됐으며, 멕시코와 러시아도 일부 지원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수입이 급격히 감소했다.
경제 침체, 이민 증가
정전 사태는 훨씬 더 깊은 경제 위기의 징후다. 쿠바의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1.9% 감소했으며, 2024년 전망은 겨우 0.5%의 소폭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시민들은 기록적인 수로 나라를 떠나고 있다. 마이애미 헤럴드(Miami Herald)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100만 명 이상(인구의 약 10%)이 주로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 시기는 쿠바 역사상 가장 큰 이주 물결을 기록했으며, 보수적인 추정치로도 인구를 약 1000만 명으로 감소시켰다.
쿠바 디아스포라는 미국 라티노 인구를 강화시켰다.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올해 약 3620만 명의 유권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0년 3230만 명에서 증가한 수치다. 두 후보 모두 이 인구 통계를 주시하고 있는데, 퓨 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31%가 30세 미만)가 어느 당이든 신뢰할 수 있는 투표 기반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이민자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반면, 쿠바인들은 노령화되고 있다. 출생률이 낮아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28만4000명에 불과한 반면, 사망자 수는 40만 명을 넘었다. 대규모 이민과 출생률 감소의 결합은 인구 통계학적 시한폭탄을 만들어냈다.
사회경제 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 나라의 장기 전망은 암울하다. 섬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덮치는 어둠은 단순한 정전 이상을 상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