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이저 APAC, 올해 3분기 중국 매출 16.1% 감소... 올해 첫 9개월 순익 15% 하락 프리미엄 전략, 중국 소비자 지출 감소로 차질
라우 치 항 기자
세계 최대 맥주 제조업체 중 하나인 버드와이저 브루잉 컴퍼니 APAC(OTC: BDWBF)에게 2024년은 그리 달갑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지난해 팬데믹 종식으로 호황을 누렸던 회사의 사업이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는데, 최대 시장인 중국의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버드와이저 APAC은 지난달 말 발표한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올해 1~9월 맥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한 71억2000만 리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6.1% 줄어든 51억 달러, 순이익은 15% 감소한 7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중국 경기 침체가 전체 판매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한국의 호실적이 이를 일부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버드와이저 APAC은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전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뉴질랜드 등이 주요 시장이다. 회사는 9개월 실적에서 중국의 구체적인 매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서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 사업 하락세
버드와이저 APAC의 중국 사업은 2023년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이 3.1% 감소한 데 이어 2024년 1분기에는 판매량이 6.2%, 매출이 2.7% 각각 줄었다. 2분기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판매량이 10.3%, 매출이 15.2% 급감했다.
3분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중국 판매량은 14.2% 급감했고 매출은 16.1% 하락했다. 회사 측은 외식 빈도 감소 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서구 브랜드들이 처음 진출한 이래 끊임없이 변화해 온 중국 맥주 시장의 최근 변화를 보여준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맥주 판매도 급증했다. 맥주에 더 많은 돈을 쓸 의향이 있는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맥주 시장으로 부상했다.
전환점
그러나 기업들이 양조장을 늘리고 소비자들이 다른 음료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은 결국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인구 구조 변화도 한몫했다. 특히 중국 맥주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주 소비층인 26~35세 인구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감소하면서 맥주 판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인구 구조 변화 외에도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생활 수준 향상으로 맥주 소비가 줄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맥주와 같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과 음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재료와 맛을 가진 다른 주류 대체재가 등장한 것도 맥주 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13년 중국의 맥주 생산량은 전환점을 맞았다. 그해까지 꾸준히 증가해 5000만 킬로리터를 기록했던 생산량이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비 하락에 발목 잡힌 프리미엄 전략
중국의 주요 맥주 업체들은 시장 변화에 대응해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칼스버그 중국의 리치콩 사장은 이러한 고급화가 지난 30년간 서구에서 일어난 수제맥주 열풍과 유사한 업계 전반의 추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신제품 출시뿐 아니라 기존 제품의 개선도 포함한다. 기업들은 또한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포장에도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실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소비자들이 맥주와 같은 비필수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대규모 통합을 거친 후 중국 맥주 시장은 현재 5개 주요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화룡맥주(0291.HK), 칭다오맥주(168.HK), 버드와이저, 옌징, 칼스버그가 시장의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버드와이저는 약 20%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약세장에서 버드와이저를 비롯한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사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버드와이저의 후행 주가수익비율(P/E)은 19배로, 화룡맥주의 17배와 칭다오맥주의 14배를 상회하고 있다.
투자은행들도 버드와이저 APAC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업데이트 후 중국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연간 판매 전망치를 2%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도 2024년부터 2026년까지의 판매 전망을 1~3% 낮췄다. '매수' 의견은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8.2% 낮춘 10.10홍콩달러로 조정했다. UBS 역시 '매수' 의견을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를 13.78홍콩달러에서 11.72홍콩달러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