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년 전 인텔(NASDAQ:INTC)이 모리스 창의 TSMC(대만반도체제조, NYSE:TSM) 공동투자 제안을 거절한 이후, 대만의 반도체 거인은 시가총액에서 인텔을 크게 앞지르게 됐다.
주요 내용
2014년 스탠포드대학교 강연에서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이 된 TSMC의 자금 조달 과정을 공개했다.
당시 창은 대만 정부가 초기 투자금의 50%를 약속한 상태에서 나머지 절반을 민간 투자자, 특히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창은 인텔, 도시바, 히타치, 소니 등 여러 업계 거물들을 접촉했다. 인텔은 처음에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거절로 끝났다.
당시 인텔의 임원이었던 크레이그 배럿은 창과 두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결국 관심이 없다며 거절했다.
창은 "필립스만이 진정한 관심을 보인 유일한 기업이었다"고 회상했다. 더 강력한 기술 파트너를 원했지만, 결국 필립스가 28%를 투자하고 대만 정부가 48%를, 나머지는 현지 투자자들이 참여하면서 1987년 TSMC가 공식 출범했다.
시장 영향
현재 TSMC와 인텔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2025년 5월 기준 TSMC의 시가총액은 9,087억 8,000만 달러로 세계 11위 기업에 올랐으나, 인텔은 916억 달러로 세계 206위에 머물러 있다.
1997년 미국 ADR로 상장한 TSMC는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애플, AMD, 엔비디아 등 유력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첨단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팹리스 반도체 모델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반면 인텔은 과거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5년간 인텔 주가는 64% 이상 하락한 반면 TSMC는 231.17% 상승했다. 인텔은 전통적인 x86 시장뿐 아니라 스마트폰 칩과 AI 등 신흥 분야에서도 엔비디아에 뒤처지고 있다.
2025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인텔의 신임 CEO 립부 탄은 "빠른 해결책은 없다"면서 AI, GPU, 엣지 컴퓨팅 분야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다년간의 혁신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 큰 이슈는 TSMC가 시가총액과 글로벌 영향력에서 인텔을 크게 앞지른 현실이다.
TSMC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정상에 올라선 가운데 인텔이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한때 무시당했던 파운드리 모델은 이제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