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 유로에 이더리움·솔라나 도입 검토...암호화폐 시장 `충격`

유럽연합(EU)이 디지털 유로화 도입과 관련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EU 당국은 그동안 논의해 온 디지털 유로를 이더리움(ETH)이나 솔라나(SOL) 등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접근이 제한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벗어나 누구나 접근 가능한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입장에서 큰 변화다. 지금까지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인가된 참여자만 접근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선호해왔다. 만약 유럽이 이러한 접근방식을 탈피한다면, 디지털 유로는 중국의 엄격히 통제되는 디지털 위안화보다는 미국의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한 형태를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유럽의 대응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현재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의 98%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유럽의 정책입안자들은 미국 상품에 대한 이러한 과도한 의존이 유럽의 금융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월 ECB 이사회 멤버 피에로 치폴로네는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신뢰하고 채택할 수 있는 디지털 유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의 선택은 유럽이 미국의 뒤를 쫓기보다는 미국 민간 부문의 혁신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전략적 신호로 해석된다.

퍼블릭 블록체인 도입의 득과 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분명한 이점을 제공한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기반의 디지털 유로는 디파이 플랫폼, 지갑, 글로벌 결제 시스템 등 기존 암호화폐 인프라와 즉시 연동될 수 있다. 이는 채택을 원활하게 하고 일반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도입을 지연시키는 마찰을 줄일 수 있다.

위험 요소도 명확하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정부가 이러한 네트워크의 거버넌스에 더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 MiCA 크립토 얼라이언스의 후안 이그나시오 이바녜스는 장점은 더 나은 통합이지만, 단점은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점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ECB, 아직 최종 결정 안 내려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확정된 바 없다. ECB 대변인은 이더리움이나 솔라나가 공식적으로 검토 중인지 확인해주지 않았으며, 대신 중앙은행의 FAQ 페이지를 참조하라고 했다. ECB는 어떤 모델도 선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집행이사회는 2025년 말까지 디지털 유로 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프로젝트가 여전히 탐색 단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달라진 것은 논의의 성격이다. 유럽은 이제 디지털 유로를 출시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폐쇄적이고 통제된 시스템으로 할지, 공개적이고 상호운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