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석유·가스 산업 악마화 말아야"... 트럼프 인터뷰서 지속가능 에너지 전환 서두르지 말라 주장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X(구 트위터) 인터뷰에서 석유·가스 산업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머스크는 인터뷰 말미에 "석유·가스 산업과 경제를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산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상당히 온건하다"고 표현했다.

머스크는 지구가 천천히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동안 석유·가스 산업이 신에너지 사업과 공존할 여지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후 문제에 대해 과학계가 인류가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고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50년 또는 100년 안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제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500-100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 CEO는 "그래서 당장 집에 불이 난 것은 아니다"라며 "아마도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석유·가스 산업을 악마화하거나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곧 입장을 바꿔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이 공기를 호흡하기 어렵게 만들어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테슬라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화석연료로 생산된 에너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기후 변화보다 더 위협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나 기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핵 온난화에 대해서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이를 "즉각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 5월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실패한 직후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5월 초 석유 업계 임원들에게 10억 달러의 선거 자금을 요청하며, 당선 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 규제를 뒤집고 새로운 규제 제정을 막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전기차에 대한 연방 세금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암시한 후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특히 머스크가 그를 지지한 후에는 전기차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7월 말 미시간 유세에서 그는 전기차가 인상적이라고 칭찬했다. 다만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이번 트럼프와의 인터뷰에서 표현한 것과 유사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2022년 8월 노르웨이 스타방게르에서 열린 ONS 컨퍼런스에서 그는 석유와 가스를 "악마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의견으로는 이들이 현재 문명이 기능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실제로 우리는 더 많은 석유와 가스가 필요하지 줄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가능한 한 빨리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가스 산업 지지자들은 화석연료에서 급격히 벗어날 경우 미국이 에너지 독립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대체 에너지 차량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4월 보고서에서 국제 에너지 통계를 인용해 미국이 어느 때보다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관련 주식들은 머스크나 트럼프의 발언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장 전 거래에서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USO)는 0.37% 상승한 78.92달러를 기록했고,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는 89.85달러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SPDR S&P 석유·가스 탐사·생산 ETF(XOP)는 0.10% 하락한 138.15달러를 기록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엑슨모빌(XOM)이 0.06% 하락한 118.93달러, 셰브론(CVX)이 0.32% 상승한 145.49달러, 코노코필립스(COP)가 0.23% 상승한 110.28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