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잔서 2천년 전 `환각 의식` 위한 혼합물 발견

2천년 전 이집트의 '베스 잔'이라고 알려진 잔에서 강력한 환각 물질, 술, 인체 분비물이 혼합된 물질이 발견됐다.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첨단 화학 및 DNA 분석 기술을 활용해 잔에 남아있던 마지막 내용물의 복잡한 구성을 밝혀냈다.

신화적 연관성을 지닌 잔

탬파 미술관에 소장된 이 유물은 이집트의 수호와 다산, 기쁨의 신인 베스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기원전 330년~30년)에 베스는 신비주의와 신탁의 역할도 맡았으며, 주로 변화의 의식과 연관됐다.

연구진은 잔 내벽에서 긁어낸 잔류물을 분석해 시리안 루(Peganum harmala)와 청련(Nymphaea caerulea) 같은 향정신성 물질을 확인했다. 시리안 루에는 꿈같은 환각을 유발하는 하민과 하말린 같은 알칼로이드가 포함돼 있으며, 청련은 가벼운 진정 효과와 행복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식과 상징

연구진은 이 잔이 이집트 신화를 재현하는 다산 관련 의식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연구 저자 엔리코 그레코는 "이런 물질들은 고대 이집트 의식의 정교함을 보여준다"며 "이들의 사용은 육체적, 정신적 변화를 통해 신과 교감하려는 의도적인 시도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향정신성 식물 외에도 이 혼합물에는 발효된 알코올 음료, 꿀, 참깨, 잣, 감초, 포도가 포함돼 있었다. 놀랍게도 분석 결과 혈액, 질 점액, 모유 같은 인체 분비물의 단백질도 발견됐다. 그레코는 이를 "생명, 다산, 재생의 주제를 강조하는 매우 상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첨단 분석 기술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수석 저자 다비데 타나시는 "이번 연구는 베스 잔의 유기물 잔류물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인 과학적 분석"이라며 "처음으로 액체 혼합물 성분의 모든 화학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이집트인들이 천연 자원과 그것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레코는 "확인된 물질들이 꿈같은 환각, 고조된 명상 상태, 그리고 아마도 행복감을 유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의식에 대한 이해 확장

베스 잔은 단순한 장식품이나 실용품이 아니라 복잡한 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발견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다산, 예언, 영적 변화와 관련된 의식에서 어떻게 향정신성 물질을 사용해 의식 변화 상태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그레코는 "이번 연구는 베스 잔이 단순한 장식품 이상이며, 신비주의적이고 의식적인 관행에 필수적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