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BTC)이 8일(현지시간) 7만4804달러까지 급락하며 수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면적 관세 부과 발표에 따른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며 암호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의 급격한 매도를 촉발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7만6577.05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24시간 동안 약 9.5% 하락했다. 이는 1월 기록한 11만 달러 근처의 사상 최고치 대비 약 30% 하락한 수준이다.
트럼프 관세폭탄이 촉발한 안전자산 선호
이번 폭락의 원인은 명확하다. 트럼프의 '해방의 날' 관세 정책은 외국산 제품에 10%의 일괄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과 인도산 수입품에는 최대 54%의 표적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식은 글로벌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어 전 세계 주가지수가 폭락하고 수조 달러의 시장가치가 증발했다.
위험선호 심리의 대리지표로 여겨지는 비트코인도 이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4억1100만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롱포지션이 청산되며 시장의 급격한 움직임을 반영했다.
독립 암호화폐 분석가 윌 클레멘테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주간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으며, 투자자들이 마진콜이나 내부 리스크 모델에 대응하기 위해 매도 가능한 자산을 처분해야 할 때 비트코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와의 비교
시장 평론가 짐 크레이머는 이번 패닉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폭락했던 1987년 블랙먼데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월요일 월가의 변동성 지표인 VIX 지수는 2020년 이후 최고치인 50을 넘어서며 극심한 투자자 불안을 시사했다.
99비트코인스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주식시장이 불과 며칠 만에 7%에서 13% 하락하며 블랙먼데이의 급격한 붕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났음에도 비트코인이 여전히 투기적 자산으로서 광범위한 시장 심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주목해야 할 비트코인 기술적 레벨
기술적 관점에서 비트코인이 7만8000달러와 7만5000달러 선이 무너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최근의 박스권을 깨고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신호다.
분석가들은 7만 달러를 다음 주요 지지선으로 보고 있으며, 2월 저점인 6만8000달러가 장기 하방 지지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수준이 무너질 경우 일부 트레이더들은 2024년 말 박스권이었던 6만 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8만 달러 선을 회복한다면 상승 모멘텀이 되살아날 수 있다.
증권가 전망
최근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일부 분석가들은 거시경제 불안정성과 탈세계화 추세 속에서 비트코인의 장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자산 책임자 제프 켄드릭은 일요일 "비트코인이 이번에는 관세 리스크에 대한 헤지 수단이 될 것"이라며 법정화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디지털 자산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클레멘테도 "주식시장이 회복되면 비트코인도 따라갈 것"이라고 이에 동조했다.
전망: 경계는 필요하나 투매는 경계
주말의 매도세가 심각했지만, 추가적인 거시경제 충격이 없다면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들이 있다. 비트코인은 이번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12개월간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인 자산 중 하나다.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압박을 받고 있고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암호화폐 특유의 상승 동력이 멈춘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향후 행보는 거시경제 심리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주요 지지선을 주시하고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지정학적 발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궁극적으로는 회복력을 보일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