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있다. 다음 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수장들이 모이는 와이오밍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례 연설을 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15분 남짓한 짧은 연설이었지만, 올해는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역사적 평가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순간이 될 전망이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은 두 가지 과제와 동시에 씨름해야 한다. 관세와 고착화된 인플레이션 속에서 둔화되는 경제의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 연준의 독립성도 지켜내야 한다. 잭슨홀이 그의 운명을 결정짓지는 않겠지만, 향후 수개월의 기조를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파월 의장을 정치적 표적으로 삼았다. 최근 몇 주간 파월 의장을 '고집 센 바보'라고 부르고, 신속한 금리 인하를 거부한다며 '너무 늦었다'고 조롱했다. 심지어 연준 본부 25억 달러 규모 리모델링을 잘못 처리했다고 비난하며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의 계산은 단순한 경제 논리다. 모기지 금리는 높고, 주택 구매여력은 사상 최저 수준이며, 관세가 물가를 재편하고 있다. 그는 신속하고 과감한 금리 인하를 원한다. 하지만 파월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를 거부했다. 7월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2.7%를 기록했고, 도매물가도 다시 상승 조짐을 보였다. 파월의 신중한 태도가 그를 트럼프의 표적이 되게 했다.
한편 백악관은 이미 후임자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금리 인하에 더 적극적이고, 일부 경우에는 연준 자체의 구조조정도 검토할 수 있는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파월이 정치적 압박에 굴복한다면 연준의 신뢰도는 수년간 손상될 수 있다. 중앙은행이 독립적이어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치인들이 금리를 좌우하면 인플레이션이 통제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역사적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은 선거를 앞두고 연준에 저금리 기조를 강요했고, 이는 후에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터키 대통령이 금리를 인상한 총재들을 해임했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80%를 넘어서며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다.
파월은 이러한 역사를 잘 알고 있다. 그의 유산은 이를 반복하지 않는 데 달려있다.
파월은 2012년 연준에 합류했고 2018년 트럼프의 지명으로 의장이 됐다.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재임명됐다. 재임 기간 동안 그는 연이은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 발 경제 붕괴, 현대 역사상 가장 빠른 회복, 그리고 1980년대 초 이후 최고치인 9.1%까지 치솟은 2022년의 인플레이션이었다.
처음에 파월은 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판단은 틀렸고, 연준은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 중 하나를 시작해 11차례에 걸쳐 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했다. 고통스러웠지만 효과는 있었다. 인플레이션은 급격히 하락했고, 미국은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심각한 경기침체를 피했다. 연준의 기준으로는 드문 연착륙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7월 고용 증가는 7.3만 명에 그쳤으며, 임금 상승세도 둔화됐다. 동시에 관세가 수입 비용을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인플레이션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파월은 금리 인하로 인플레이션 재점화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현 수준을 유지하며 실업률 상승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파월은 잭슨홀에서 9월 금리 결정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전망과 정책 체계 검토'라는 제목의 그의 연설은 중요한 신호를 줄 것이다. 연준은 현재 고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접근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파월은 이 자리를 통해 변동성이 크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환경에서 중앙은행이 어떻게 상충관계를 바라보는지 설명할 것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미 9월에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물시장은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파월은 관세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시사했다. 7월 그의 말을 인용하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아직 초기 단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파월은 백악관의 압박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여지를 확보하고자 한다.
파월에게 잭슨홀은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만약 그가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한다면, 시장은 연준이 더 이상 진정한 독립성을 갖지 못한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는 달러 약세를 초래하고 글로벌 신뢰를 흔들며 금리 정책의 효과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만약 파월이 맞선다면 트럼프의 더 큰 분노를 살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낸 의장이라는 유산을 남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