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지난주 발표된 알리바바의 실적은 AI 성장에 집중하는 기업에 시장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입증했다. 매출과 이익이 다소 부진해 보였지만, 클라우드 부문을 중심으로 한 알리바바의 과감한 AI 투자가 시장의 시선을 바꿨다.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실적의 하이라이트로 부각되면서 실적 발표 후 주가는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알리바바의 성장 전략이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가치투자 관점은 뒷전으로 밀렸다. 성장성을 감안하면 알리바바의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는 밸류에이션도 미국 경쟁사들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AI 성장 모멘텀과 시장 포지셔닝을 고려할 때 매수 의견을 유지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알리바바의 6월 분기 실적은 얼핏 실망스러워 보였다. 주당순이익(EPS)은 예상치를 8센트 상회했지만, 매출은 시장 전망을 8억6230만 달러(2.5%) 하회했다.
팁랭크스 데이터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에 그쳐 전년도 같은 기간 4% 성장에서 둔화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 감소했고, 조정 EBITA는 14% 하락했다. 이는 전자상거래 부문의 수익성 악화와 해외 사업 확장 및 AI 투자 확대에 기인한다.
주주귀속 순이익은 전년 대비 76% 급증했으나, 이는 대부분 지분투자 평가이익에 따른 것으로 지속가능한 영업이익은 아니다. 영업현금흐름은 39% 감소해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는 업계 선도기업에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금흐름 악화로 자사주 매입도 크게 줄어 2025년 2분기 매입 규모는 8억 달러로, 전년 동기 58억 달러에서 대폭 감소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223% 급증해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알리바바의 과감한 투자 의지를 보여줬다.
실적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클라우드 부문이었다.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AI 관련 제품은 8분기 연속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클라우드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4%에 불과하다.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음에도 알리바바 주가는 실적 발표 후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
시장은 알리바바를 가치주가 아닌 성장주로 평가했다. AI 붐이 클라우드와 기반 모델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명확히 구분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알리바바의 공격적인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I 성장 스토리가 유효한 한, 수익성과 현금흐름, 자사주 매입 같은 가치투자 지표는 부차적인 요소로 밀려났다.
경영진은 수익성보다 성장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알리클라우드의 성장세가 지난 10분기 동안 가속화되어 최근 4분기에서 변곡점을 보였고, 이번 분기에는 26%의 성장을 기록한 것이 이러한 전략의 배경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클라우드 시장 1위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가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알리바바가 최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발자들은 풀스택 솔루션을 선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약 530억 달러를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과 신규 사용 사례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알리바바 주가는 2020년 10월 최고점 대비 55%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는 중국의 GDP 성장 둔화가 주된 원인이다. 2019년 이후 중국은 2021년 팬데믹 회복기의 8.6%를 제외하면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2022년 3.1%, 2024년 5% 성장에 이어 2025년에는 4.8% 성장이 전망된다.
알리바바의 매출이 여전히 중국 경제 성장세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애널리스트들은 장기 성장 모델을 이러한 '뉴노멀'에 맞춰 조정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알리바바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신호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가치주 알리바바에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성장성을 고려하더라도 알리바바의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AI 관련 투자 증가로 향후 수년간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장기 EPS 연평균 성장률(CAGR)은 8.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선행 P/E가 15.3배로 업종 평균보다 5% 낮지만, PEG(주가수익성장비율)는 2.07배다. 비교적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고 클라우드와 AI 인프라에서 더 강력한 입지를 보유한 아마존의 PEG가 1.94배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알리바바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은 매우 긍정적이다. 15명의 애널리스트 중 14명이 매수를 추천했고, 보유 의견은 1명이다. 알리바바의 평균 목표주가는 159.92달러로 현재 주가 대비 약 18%의 상승여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