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세일러 vs 피터 틸...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투자전략 대격돌

마이클 세일러가 기업의 비트코인 도입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스트래티지(MSTR·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약 62만9000BTC를 보유한 세계 최대 비트코인 자산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상장기업 비트코인 보유량의 약 64%에 달하는 규모다.

세일러의 전략은 단순하지만 공격적이다. 주식 발행, 우선주, 전환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즉시 비트코인 매수에 투입한다. 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해 장외거래(OTC)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법으로 수십 년간의 꾸준한 비트코인 축적이 가능해졌다.

지난 8월에도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도입 5주년을 맞아 6900만 달러를 투자해 585BTC를 추가 매수했다. 세일러의 논리는 변함이 없다. 비트코인은 가장 견고한 화폐이며, 이를 중심으로 한 자산 요새를 구축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헤지이자 비트코인의 장기 가치에 대한 신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틸, 기관 투자로 이더리움에 베팅

페이팔(PYPL)과 팔란티어(PLTR)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은 매우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더를 직접 매수하는 대신 이더리움 자산 운용사로 전환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틸은 총 60억 달러 규모의 이더를 보유한 ETH질라와 비트마인 이머전(BMNR)에 투자했다. 이들 기업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ETH 익스포저와 함께 주식 상승 이익까지 노리고 있다. 이는 그가 페이스북과 팔란티어에서 구사했던 비대칭 투자 전략과 동일한 방식이다.

이더리움을 비트코인 대신 선택한 것은 의도적이다. 틸은 이더리움을 스마트 계약, 토큰화된 시장,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위한 프로그래머블 자본으로 보고 있다. 그의 투자는 세일러보다 유연하여 주식시장을 통해 포지션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유연성은 기업 지배구조와 실행력 관련 리스크를 동반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전략

얼핏 보면 두 사람 모두 장기 가치 창출을 위해 암호화폐를 자산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방식은 서로 다른 철학을 보여준다.

세일러의 비트코인 요새는 규모, 투명성, 신념에 관한 것이다. 예측 가능한 금융 수단으로 자금을 조달해 꾸준히 축적하는 방식이다. 반면 틸의 이더리움 전환은 민첩성, 선택권, 고위험 비대칭 베팅에 관한 것이다. 한쪽은 수십 년간 토큰을 보유하는 전략이고, 다른 쪽은 기업과 진화하는 이더리움 생태계의 역동성에 익스포저를 연계하는 전략이다.

누구의 베팅이 더 현명한가

이는 투자자들이 무엇을 더 중요시하느냐에 달려있다. 세일러의 요새 전략은 장기 재무상태 안정성 면에서 더 안전하다. 틸의 접근법은 이더리움의 잠재력에 승부를 거는 것으로, 더 큰 상승여력과 함께 더 큰 리스크를 수반한다.

두 사람 모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기업 자산으로 정착시켰고, 틸은 기업들이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전환하는 선례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함께 기업 자산 운용이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