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워싱턴포스트 36년 전통 깨고 대선 후보 지지 안해... 내부 `술렁`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해 논란에 휩싸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5일 대선 후보 지지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베조스가 2013년 인수한 워싱턴포스트는 36년 만에 처음으로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으며, 향후 대선에서도 후보 지지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윌리엄 루이스(William Lewis)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겸 CEO는 25일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던 과거의 전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루이스는 1960년 편집국 결정을 언급하며 "수도의 독립적인 신문이 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한 후보에 대한 암묵적 지지나 다른 후보에 대한 비난, 혹은 책임 회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이어 "그러나 그렇지 않다"며 "워싱턴포스트는 항상 품성과 용기, 법치주의, 인간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지지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비 지지 결정이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임무는 뉴스룸을 통해 모든 미국인에게 초당파적 뉴스를 제공하고, 오피니언팀의 심층 보도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별도 기사는 이번 발표가 2024년 대선을 11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다른 신문사들도 소유주가 기자들과 편집국이 합의한 지지 결정을 막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에 대한 지지 논평이 워싱턴포스트 사설 담당 직원들에 의해 작성됐지만 아직 게재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기사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 지지 논평을 게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포스트 소유주"가 내린 것이라고 소식통들이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전했다.

기사는 이번 비 지지 결정이 "뉴스 담당 직원들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편집국 직원들 사이에서 술렁임을 야기했다"고 전했다.

과거 트럼프를 비판해온 로버트 케이건(Robert Kagan) 워싱턴포스트 편집장은 이번 결정에 반발해 편집위원회에서 사임했다고 NPR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이번 결정은 패트릭 순시옹(Patrick Soon-Shiong) 억만장자가 소유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유사한 조치에 뒤이은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계획했지만 순시옹에 의해 저지됐다. 이 결정은 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마리엘 가르자(Mariel Garza) 사설 편집장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순시옹은 대신 편집국이 독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해리스의 정책을 나란히 비교해 제시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이뮤니티바이오(Immunity Bio)의 회장인 순시옹과 베조스 모두 2024년 대선 결과에 따라 연방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해리스를 지지했다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보복을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이 소유한 뉴욕포스트는 25일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안전한 국경, 저세금 경제, 상식적인 정책, 더 안전한 도시, 적들이 두려워하는 국가를 트럼프 지지 이유로 꼽았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난 두 행정부의 실적은 명확히 비교할 수 있는 기록을 제공한다"고 신문은 썼다.

뉴욕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올바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포스트의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은 폭스뉴스도 소유하고 있으며, 종종 트럼프를 지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