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에서 비트코인으로... Z세대는 왜 금ETF 대신 비트코인을 선택하나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지난 5주간 9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다.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투자 관심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NASDAQ:IBIT)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금 가격이 연초 대비 25%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금 ETF에서는 28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새로운 '안전자산'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트와 자금 흐름 이면에는 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전략의 변화를 넘어 새로운 세대의 투자 심리와 우선순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금은 불확실한 시기의 대표적인 헤지 수단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재정적자 급증, 신용등급 하락, 중앙은행 자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자산연구 책임자인 제프 켄드릭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이나 변동성에 대한 헤지를 넘어, 현재 많은 사람들이 불안정하다고 인식하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헤지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식은 2008년 금융위기부터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사태까지 연이은 금융위기와 제도적 혼란을 목격하며 성장한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ETF 래퍼 효과

이러한 행동 변화의 주요 촉매제는 바로 ETF다. 과거 지수펀드와 블루칩 주식에만 사용되던 ETF는 이제 암호화폐와 같은 틈새 자산군에 대한 투자 통로가 되고 있다. 현물 비트코인 ETF의 접근성, 낮은 수수료, 규제 확실성은 '틈새 자산'이라는 인식을 희석시키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안전자산 수단이었던 금 ETF는 다소 구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모바일 중심 플랫폼과 디지털 투자를 선호하는 젊은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금 기반 펀드들은 문화적, 세대적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내러티브 헤지: 새로운 분산투자

주목할 만한 점은 자산 재배분 자체가 아닌, 심리적 차원에서 이를 추동하는 요인이다. 행동재무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단순한 수익률 지표가 아닌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내러티브 헤지'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레딧 포럼이나 크립토 트위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RIA 사무실과 연기금 회의실까지 침투하고 있다. 고객들은 비트코인 ETF를 투기가 아닌 전략적 헤지 수단으로 문의하고 있다.

규제, 리스크,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워싱턴의 스테이블코인 법안 진전과 규제 확실성 증가로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에 대한 리스크 인식이 감소했다. 또한 비트코인과 기술주 간의 역사적으로 높았던 상관관계가 감소하면서 비상관 자산으로서의 매력도 커졌다.

모든 투자자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마지막 AAA 등급을 잃고 재정 우려가 고조되면서 제2의 가치저장 수단에 대한 논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 ETF와 비트코인 ETF의 대결은 단순한 상품 간의 경쟁이 아니다. 이는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에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신뢰, 접근성, 세대 간 믿음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