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급성장에 뮤추얼펀드 2조달러 유출...전통 펀드시장 흔들

자산운용업계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뮤추얼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어가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유연성과 낮은 수수료, 세금 혜택 등을 장점으로 내세운 ETF가 선호되면서 뱅가드와 블랙록(NYSE:BLK) 같은 전통 자산운용사들도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미국 ETF 시장 규모는 11조 달러로, 19.8조 달러 규모의 뮤추얼펀드 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 시장 모멘텀은 ETF 쪽으로 기울고 있다.

ETF.com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이후 ETF는 2.5조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반면, 뮤추얼펀드는 2조 달러 이상이 유출됐다. 이는 투자자들의 선호도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뮤추얼펀드에서는 2,559억 달러가 유출된 반면, ETF는 3,484억 달러가 유입됐다.

시장 활동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2025년 4월까지 출시된 ETF는 350개로, 같은 기간 출시된 34개의 뮤추얼펀드의 10배에 달한다.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회사인 뱅가드그룹은 뮤추얼펀드 출시를 줄이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독립형 뮤추얼펀드는 1개만 출시한 반면, ETF는 11개를 선보였다. 뱅가드의 S&P 500 ETF(NYSE:VOO)는 6,573억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ETF로 자리잡았다.

ETF가 뮤추얼펀드를 압도하는 이유

ETF.com에 따르면 ETF는 S&P 500과 같은 광범위한 지수나 리테일, 은행, 반도체 등 특정 섹터, 다양한 채권 시장에 저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뮤추얼펀드가 하루 한 번만 가격이 결정되는 것과 달리 ETF는 장중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세금 효율성이다. 펀드 주식의 생성과 환매 방식 덕분에 과세 계좌에서 매도할 때 일반적으로 자본이득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모닝스타 다이렉트의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대니얼 소티로프는 "뮤추얼펀드가 명백히 ETF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금 유입 상위 ETF

뮤추얼펀드에서 ETF로의 투자자 이동은 자금 흐름의 규모뿐 아니라 투자 대상과 이유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2개월간 자금 유입이 가장 많았던 7개 ETF를 보면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미국 주식 광범위 투자, 저비용 비트코인 전략, 인플레이션과 금리 불확실성 속 단기 미국 채권이 선호됐다.

특히 0.03%의 최저 보수율을 내세운 뱅가드 S&P 500 ETF가 약 1,40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며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비슷하게 경쟁력 있는 비용을 제시한 아이쉐어즈 코어 S&P 500 ETF(NYSE:IVV)도 600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반면 0.09%의 보수율을 적용하는 세계 최대 펀드 SPDR S&P 500 ETF 트러스트(NYSE:SPY)는 94.6억 달러에 그쳤다.

3위를 차지한 아이쉐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NASDAQ:IBIT)는 업계 최저 수준인 0.12%의 연간 수수료를 바탕으로 31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하며 경쟁 암호화폐 상품들을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