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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영국 국가범죄수사청(NCA)의 암호화폐 분석관이 악명 높은 다크웹 운영자로부터 압수한 지갑에서 비트코인을 몰래 빼돌린 것이다. 이는 허구가 아닌 실제 사건으로, 폴 초울스라는 수사관의 범행이었다. 그의 범죄는 수년간의 블록체인 추적과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통해 마침내 밝혀졌다.
2017년, 초울스는 실크로드 2.0의 영국인 운영자 토마스 화이트로부터 압수한 암호화폐 지갑에 접근할 수 있었다. 당시 그가 훔친 50 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6만 파운드였다. 수년 후 이 비트코인의 가치는 440만 파운드(약 585만 달러)로 폭등했다. 자금 보호를 책임졌던 초울스는 이를 착복하기로 결정했다.
초울스는 외부 해커가 아닌 시스템이 신뢰한 내부자였다. NCA에서 디지털 자산을 추출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던 그는 이 특권을 이용해 화이트의 '은퇴 지갑'에서 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좌로 옮겼다.
초울스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비트코인을 소액으로 쪼개고 비트코인 포그와 같은 믹싱 서비스를 이용해 자금의 출처를 감췄다. 이후 크립토페이와 와이렉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비트코인을 영국 파운드화로 환전하고, 연동된 선불카드로 사용했다. 이 계획은 치밀했고, 한동안은 성공적이었다.
처음 수사관들은 베테랑 해커인 화이트가 교도소에서 원격으로 자금에 접근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분석 결과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정밀 포렌식 조사 결과, 거래가 화이트가 접근권을 잃은 훨씬 이후에 이뤄졌으며, 기관 내부자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2022년 초, 수사의 핵심은 초울스로 좁혀졌다. 경찰은 그의 휴대폰, 메모, 접속 기록을 압수했고, 이를 통해 실종된 자금과 연관된 지갑 주소와 거래 내역이 발견됐다. 믹싱 서비스와 암호화폐 플랫폼을 이용해 흔적을 지우려 했지만, 거래 패턴이 결국 그를 특정했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의도된 대로 작동한 것이다.
초울스는 훔친 비트코인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여러 암호화폐 플랫폼을 통해 수천 파운드를 현금화했다. 기록에 따르면 약 280건의 거래를 통해 인출과 카드결제 등으로 8만 파운드를 소비했다. 수사관들은 그가 60만 파운드 이상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했다. 압수된 범죄 자금을 수사 책임자가 직접 훔쳤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2025년 3월, 초울스는 절도와 자금세탁 혐의를 인정했다. 몇 달 후 그는 5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중대한 비위행위로 해임됐다. 이 사건으로 NCA는 체면을 구겼고, 법 집행기관의 암호화폐 자산 관리 방식에 대한 불편한 의문이 제기됐다.
유죄 판결 이후 당국은 초울스의 계좌와 자산에서 약 47만 파운드를 압수·회수했다. 이는 현재 시세로 약 30 비트코인에 해당한다. 화이트의 지갑에 남아있던 47 비트코인은 법원 명령에 따라 NCA가 약 100만 파운드에 매각했다.
이 사건은 정부의 디지털 자산 관리 방식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촉발했다. 초울스는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내부자 신분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수년간의 인내심, 그리고 포렌식 작업이 결국 그의 은폐 시도를 무력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