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모어파트너스의 100억 달러 인수 후 월그린스부츠얼라이언스(WBA)가 S&P500 지수에서 제외되고 인터랙티브브로커스그룹(IBKR)이 편입됐다. 이에 따라 WBA 주식은 이번 주부터 나스닥 거래가 중단된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로 인한 패시브 자금 유출, 즉 가격과 무관한 강제 매도가 차익거래 기회를 만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된 매도 압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월그린스가 공개시장에서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교훈을 남겼다. 잘못된 전략, 치열한 경쟁, 과도한 부채로 인한 10년에 걸친 붕괴 과정이 그것이다. 이는 미국의 상징적 기업조차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연구이며, 다음 위기 기업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경고신호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이에 따라 WBA는 물론 최대 경쟁사인 CVS헬스(CVS)에 대해서도 비관적 전망을 하게 됐다.
월그린스의 쇠락은 내부 실책으로 인한 점진적 침식에서 비롯됐다. 빌리지MD 통합 실패가 대표적 사례다. 경쟁사 CVS헬스는 애트나 인수를 통해 과감한 수직계열화를 단행해 월그린스가 따라잡을 수 없는 폐쇄형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했다. 동시에 월마트(WMT)와 아마존(AMZN)은 규모의 경제와 물류 우위를 활용해 월그린스의 약국과 소매 사업을 잠식하며 고객 트래픽과 시장점유율을 빼앗았다.
월그린스 주가 하락은 놀라울 정도다. 2015년 1000억 달러를 웃돌던 시가총액이 10년 만에 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주당순이익(EPS)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고, 현금 확보를 위해 수백 개의 부진 매장을 폐쇄해야 했다. 2024 회계연도에는 86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월그린스의 몰락은 상장폐지 훨씬 이전부터 예고됐다. 2023년에 이미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당귀족' 지위를 자랑하던 기업이 2024년 1월 배당금을 50% 가까이 삭감하면서 재무기반 약화가 드러났다.
조정영업이익률은 분기마다 하락해 가격결정력 상실과 경쟁우위 약화를 명확히 보여줬다. 가장 치명적인 신호는 빌리지MD 관련 54억 달러의 영업권 손상이었다. 이는 부채를 동원한 헬스케어 진출 전략이 실패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스테이플스 같은 문제 기업들을 인수해온 시카모어파트너스가 구조조정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고자 나섰다. 하지만 월그린스 붕괴의 교훈은 여전히 중요하다. 월그린스의 실수는 이제 다음 위기 기업을 발견하는 틀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틀에 가장 잘 들어맞는 기업이 바로 최대 경쟁사인 CVS헬스다.
월그린스와 마찬가지로 CVS의 핵심 약국소매 사업도 마진 축소, 경쟁 심화, 매장 전면 매출 감소 등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CVS의 전략적 베팅은 더 크고 위험했다. 애트나에 690억 달러(2018년 11월 발표), 시그니파이헬스(재택의료)와 오크스트리트헬스(1차진료 클리닉)에 190억 달러를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부채가 크게 늘어난 재무상태표를 안게 됐다.
2017년 이후 배당금 성장도 정체됐으며, 주당 0.50달러에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다양한 헬스케어 인수 통합 과정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했으며, 애트나의 의료손실률 상승 같은 초기 경고신호도 나타났다.
2025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한 989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희석주당순이익은 0.61달러에서 0.80달러로 급감했다. 이는 헬스서비스 부문의 마진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CVS의 수익성은 2019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우려스러운 장기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CVS가 월그린스보다 나은 위치에 있다. 하지만 마진이 계속 악화되거나 배당금 삭감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투자자들은 건강과 행복이 만나는 모퉁이에서 미래에 대한 경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가는 지난 3개월간 매수 14건, 보유 1건, 매도 0건으로 CVS에 대해 강력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CVS의 평균 목표주가는 83.60달러로, 향후 12개월간 약 16%의 상승 여력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