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조성 인프라, 대대적 개선 필요성 제기

시장조성자는 금융시장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와 같은 존재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오히려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왔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디지털 토큰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기업들은 거래량 부풀리기, 가격 조작, 펌프앤덤프 조작 등의 혐의를 받아왔다. 유동성이 절실했던 토큰 프로젝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는 거래 기업들과 불투명한 계약을 맺었다. 그 결과 금융 인프라라기보다는 무법천지에 가까운 시장이 형성됐다.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 투자자들이 이 분야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기대치가 달라지고 있다. 투명성과 규정 준수, 공정한 거래에 대한 증명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온체인 인프라는 실시간으로 거래 행태를 감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불투명성에 가려져 있던 암호화폐 시장조성자들이 이제 빛 속으로 끌려나올 시점이다.

불명예스러운 과거

이러한 폐해는 결코 이론적인 것이 아니다. 체이널리시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량 중 26억 달러가 자전거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출시된 모든 토큰의 약 3.5%가 펌프앤덤프 조작의 징후를 보였다. 같은 기간 200만개 이상의 토큰이 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비율은 결코 작지 않다. 대부분은 활발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고, 많은 토큰이 초기 열기만 이용한 뒤 사라져버렸다.

이런 관행은 전통 금융에서는 불법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묵인되거나 용인되어 왔다. 그러나 규제된 거래소와 책임 있는 시장조성자에 익숙한 기관투자자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분야가 새로운 자본을 유치하려면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유동성 공급의 메커니즘

원칙적으로 시장조성자는 고귀한 기능을 수행한다. 매수·매도 주문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 매수·매도 스프레드를 좁히고 투자자들이 가격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신속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은 스프레드 자체에서 수익을 얻는다. 좁은 스프레드는 효율성을 의미하고, 넓은 스프레드는 시장조성자에게는 수익성이 높지만 다른 모든 이에게는 비용이 된다.

실제로 암호화폐의 거래 구조는 불투명한 경우가 많았다. 토큰 프로젝트와 시장조성자 간의 계약은 매우 특수한 경우가 많았고, 건전한 거래를 육성하기보다는 지표를 부풀리는 인센티브가 있었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불신을 키웠다. 암호화폐 시장조성 서비스 업체인 LO:TECH의 올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시장조성자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70%는 불량 운영자들이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표준화의 필요성

LO:TECH의 보고서는 암호화폐가 지난 10년간 변화했지만 두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시장조성자의 필수적인 역할과, 좋은 시장조성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혼란이다. 이 회사는 전통의 도입을 제안한다. 주류 금융을 모델로 한 법적으로 정의된 문서 표준은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고, 분쟁을 줄이며,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표준은 온체인에서 투명하고 집행 가능한 템플릿 계약을 사용하는 Web3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목표는 간단하다. 악수와 반쪽짜리 진실의 문화를 계약과 명확성의 문화로 대체하는 것이다.

온체인 해결책

기술 역시 규율을 제공할 수 있다. 유동성 풀에 따라 가격을 설정하는 알고리즘인 자동화된 시장조성자(AMM)는 이미 탈중앙화 금융의 초석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토큰은 여전히 중앙화된 주문장과 오프체인 시장조성자에 의존한다. 새로운 세대의 온체인 지정가 주문장은 전통적인 거래의 구조와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결합할 것을 약속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조합 가능'하여 전략과 재고 관리를 자동화하고 감사할 수 있다. 프로토콜은 유동성을 더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볼트 기반 모델은 명확한 규칙 하에 시장조성 목적으로 자산을 풀링할 수 있게 하며, 커뮤니티 참여와 성과 기반 수익을 제공한다. 이론적으로 이는 남용 기회를 줄이고 프로젝트, 유동성 공급자, 거래자 간의 인센티브를 일치시킨다.

시사점

일부 암호화폐 시장조성자들은 불투명성을 이용해 번창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프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성공은 누가 가장 좁은 스프레드를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온체인 프로토콜과 원활하게 통합되는 투명한 시스템을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표준화, 조합 가능성, 인센티브 일치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악의적인 행위자들은 항상 적응하며, 어떤 코드도 신뢰를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진지한 투자자들을 계속 유치하려면 유동성 공급자들이 단순한 용병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개혁은 시장조성자를 필요악에서 존경받는 파트너로 변화시킬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투명성이 최고의 소독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