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미국의 자산 격차는 단순한 격차를 넘어 깊은 협곡 수준에 이르렀다. 상위 1%(약 130만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이 52조 달러인 반면, 하위 50%(6600만 가구)의 순자산 총액은 고작 4조 달러에 불과하다.
연준(FED)의 최신 데이터는 이러한 사회 내 격차가 단순한 간극이 아닌 협곡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최상위층이 미국 인구 절반의 13배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학자들이 토론할 통계 수치가 아닌 미국 사회의 뇌관이 되고 있다.
불평등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가. 임대료를 보면 알 수 있다. CBPP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중간 임대료는 5.8% 상승한 반면 임차인 소득은 5.3% 증가하는데 그쳤다.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수십 년간 누적되면 그 격차는 엄청난 수준이 된다.
2001년 이후 임대료는 물가 조정 기준 26.7% 상승했지만, 임차인 소득은 고작 7.7% 증가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자산 소유자들이다. 부동산이나 리츠(REIT)를 보유한 사람들은 임대료 수입을 얻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매년 더 많은 월급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다. 현재 임차 가구의 4분의 1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한다. 이는 1210만 가구가 임대인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의미다. 당연하게도 노숙자 수는 77만 명이라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 지원은 2024년 210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원이 필요한 사람 중 4분의 1만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의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바우처 삭감을 주장하고 있어 수십만 명이 추가로 퇴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1800년부터 2025년까지의 글로벌 자산축적 데이터베이스 연구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당시 세계 자산은 세계 생산의 390%였으나 현재는 625%에 달한다.
이는 주택 가격 상승, 주식시장 호황, 부유층의 저축 증가로 인해 자산이 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 자산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공공 자산은 감소하고 있다. 북미의 공공 자산은 마이너스이며, 유럽은 제로에 가깝다. 반면 동아시아는 여전히 국가 자산의 25-30%를 공공 자산으로 유지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선택이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미국에서 지난 15년간 세후 소득은 하위 10% 소득자의 경우 18% 증가한 반면, 상위 5% 소득자는 34% 증가했다고 인구조사국 데이터는 보여준다. 부유층의 소득 증가율이 빈곤층의 두 배다. 소득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라면, 자산은 욕조에 고인 물과 같다. 부자들은 더 많이 저축하고 자산이 쌓이지만, 빈곤층은 들어오는 대로 빠져나간다.
자산이야말로 진정한 기회의 열쇠다. 명문대학 등록금, 창업 자금, 정치 캠페인, 거래가 이뤄지는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살 수 있게 해준다. 자산이 없으면 기회는 줄어든다. 경제는 실력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귀족주의적이다. 인재가 낭비되면서 경제 파이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스탠퍼드대학교 고대사 교수 월터 샤이델은 암울한 답을 제시한다.
그의 저서 '대균등'에서 역사적 사례를 분석한 결과, 불평등은 오직 4가지 잔혹한 '해결책'을 통해서만 해소됐다. 대규모 전쟁, 혁명, 전염병, 또는 국가의 완전한 붕괴다. 자선가의 기금이나 세금 정책 개선, TED 강연식 해결책은 통하지 않았다.
이러한 옵션들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쟁이나 붕괴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전염병? 우리는 이미 경험했지만 불평등은 오히려 악화됐다. 혁명? 역사는 혁명이 자신의 자식들을 삼켜버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우리는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은 부자들이 계속해서 자산을 쌓고, 빈곤층은 계속해서 임대료를 내며, 정책입안자들은 표면적인 조치만 취하는 시스템에 갇혀 있다.
자산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고 있으며, 역사가 제시하는 '해결책'들은 모두 재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