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일상생활에서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사람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시가총액이 수조 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블록체인의 첫 번째 활용 사례였던 디지털 화폐로서의 기능이 가장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사람들의 이해 부족' 또는 '시간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암호화폐 업계가 잘못된 제품을, 잘못된 방식으로, 잘못된 대상에게 판매해왔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자체의 문제부터 살펴보자. 벤모나 레볼루트, 애플페이가 즉시 결제되는 세상에서 수분에서 수시간이 걸리는 결제 시스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수수료도 문제다. 때로는 몇 센트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100달러까지 치솟는다.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도 모든 거래가 추적 가능한 투명한 원장은 문제가 된다. 24단어 시드구문, 16진수 주소, 불편한 지갑 디자인 등 사용자 경험은 현대 핀테크의 간편함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어떤 홍보 캠페인으로도 일반인에게 10분을 기다려야 하는 거래를 설득할 수는 없다.
인기 있는 지갑 앱들은 대부분 가격 차트, 손익 추적기, 토큰 스왑 등 데이트레이더를 위한 도구들로 가득하다. 일상적인 지출 관리나 세금 통합 기능은 찾아보기 힘들다. 집세 납부일을 알려주거나 친구와의 식사비 정산을 기록하는 기능도 없다.
개발자들이 지갑을 슬롯머신이 아닌 금융 도우미로 만들기 전까지는 투기 수단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기술이 완벽하고 앱이 사용자 친화적이라 해도 암호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일부 쇼피파이 스토어나 여행사, 홍보성 캠페인을 진행하는 소수의 커피숍 정도다.
상인들이 암호화폐를 기피하는 것은 무지해서가 아니다. 별도의 하드웨어, 변동성 높은 결제 통화, 열악한 POS 통합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 문제까지 더해진다. 많은 국가에서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는 것조차 양도소득세 대상이 되어 번거로움이 이점을 상쇄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연간 변동성은 100%를 넘기도 하며, 이는 통화보다는 위험한 기술주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담보 없는 암호자산은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해 사용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스테이블코인이 해결책으로 제시됐지만, 시장의 98%가 미국 달러에 연동되어 있어 해외에서는 주권 문제가 제기된다. 감사와 준비금을 약속하지만 위기 상황에서의 안정성은 보장할 수 없다.
많은 국가에서 암호화폐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일부 국가는 구매를 금지하고, 일부는 엄격한 KYC/AML 요건을 적용하며, 일부는 EU의 MiCA나 브라질, 멕시코의 새로운 규정과 같은 포괄적인 법적 프레임워크를 준비하고 있다.
연이은 스캔들로 인해 대중의 신뢰도 흔들린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75%가 암호화폐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의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중화 캠페인은 사용자 교육이나 토큰 사용 시 할인 혜택 제공과 같은 진부한 전략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화의 핵심은 교육이 아닌 '유용성'이다.
암호화폐가 일상생활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이 필요하다:
실제 결제, 진정한 프라이버시, 실용적인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는 첫 번째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월스트리트보다는 왓츠앱에 가까울 것이다.
암호화폐의 본질은 투기가 아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대중화 캠페인이 이 점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 비극이다. 업계가 마케팅에서 기본적인 문제 해결로 초점을 전환하기 전까지는 진정한 대중화는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