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셧다운 우려와 실적 불확실성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월가가 이번 주를 올해 보기 드문 광범위한 자신감으로 마감했다. 예상보다 낮은 물가상승률, 견조한 기업실적, APEC 정상회의에서의 트럼프-시진핑 회담 확정 등이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개선됐고, 다우, S&P500, 나스닥이 모두 신고점을 기록했다.
이번 상승세는 기술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소형주, 에너지주, 산업재까지 랠리에 동참하며 단순한 성장주 쫓기가 아닌 시장 전반의 신뢰 회복을 보여줬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소폭 하회하며 수주간 투자자들을 괴롭혔던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됐다. 이 지표는 다음 주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확정지었고, 이는 시장이 낙관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갈망하던 비둘기파적 신호였다.
동시에 실적 시즌이 본격화됐다. S&P500 기업들 중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87%가 이익 전망치를 상회했으며, 10월 초 8.8%였던 성장 전망치는 현재 10.4%로 크게 상향됐다. 카슨그룹의 라이언 데트릭은 "이번 분기는 놀라웠다. 올해 우리가 봐왔던 랠리를 실적이 마침내 정당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완화적 기조와 실적 가시성 개선이라는 조합이 주식시장에 청신호를 제공했다. 금요일 S&P500은 0.79%, 나스닥 1.15%, 다우 1.01% 상승하며 모두 신고점으로 마감했다. 시장 참여도도 개선돼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모두에서 상승종목이 하락종목을 2대1 이상 압도했다.
연준이 유동성 기조를 결정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이슈가 주중 시장 흐름을 주도했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주 아시아 순방 중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확정하자 관세 갈등 고조 이후 긴장이 완화됐다. 시장은 이를 무역 리스크가 마침내 해소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한편 급격한 정책 전환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 트럼프의 러시아 석유기업 제재로 원유가격이 급등하며 에너지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발레로는 7%, 엑손모빌은 1.1% 상승했고, 정제업체들은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다. 같은 지정학적 긴장이 방위·항공주도 끌어올렸는데, 항공 수요 증가로 연간 이익 전망을 상향한 허니웰이 주도하며 S&P 항공방위지수가 2.2% 상승했다.
트레이드펄스 자금흐름 데이터에 따르면, 목요일 장에서 패시브 인덱스 자금 유입에서 액티브 순환매로의 주목할 만한 전환이 있었다. 러셀2000이 1.24%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금리 인하 경로가 명확해지면서 투자자들이 금리에 민감한 소형주에 재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형주 중에서는 알파벳이 앤트로픽과의 AI칩 공급 계약 확대 소식에 상승세를 이어갔다. AI 인프라 지배력이 수익화되고 있다는 미묘하지만 강력한 신호다.
파워맵 데이터는 금요일 장 마감 90분 동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에서 특징적인 매수세를 포착했다. 이는 지난 분기 기술주 반등 전에 보였던 실적 발표 전 포지션 재조정과 유사한 패턴이다. 장 마감 무렵 일중 자금 유입이 감소하지 않고 가속화될 때 이튿날 상승 지속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데, 이는 기관의 지속적인 수요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신고점 기록에도 불구하고 이번 랠리는 광기보다는 체계적인 리스크 테이킹에 가깝다.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순수 멀티플 확장을 제한하고 있지만, 우량 성장주와 현금흐름이 풍부한 기업들은 계속해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과열이 아닌 기관들의 재조정이며, 자금흐름과 펀더멘털, 정책 명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음 주는 이러한 확신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애플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인프라 투자가 영업레버리지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단순히 설비투자만 늘리는지 확인하게 된다. 캐터필러와 보잉 같은 산업재 기업들은 글로벌 수요 사이클에 대한 현실 점검을 제공할 것이다.
상승세의 광범위성, 인플레이션 완화, 업종간 순환매가 모두 수개월간의 불확실성을 뚫고 시장이 리듬을 되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레이드펄스 신호는 특히 우량 기술주와 경기순환주에서 신고점에서도 매수세가 소진되지 않고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상승 종목을 추격할 때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신고점과 중앙은행 정책 변곡점이 겹칠 때 다음 상승 국면은 보통 더 좁아지지 넓어지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이에 따라 광범위한 매수보다는 심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가격이 급등하는 곳이 아닌,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이 '낮은' CPI를 축하하고 있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확신의 온도가 다시 올라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