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 WH그룹, 올해 안에 스미스필드 자회사 미국 상장 추진... 10억 달러 이상 조달 계획
- 중국의 유럽산 돼지고기 반덤핑 관세 가능성, 최근 유럽 사업 확장에 걸림돌 우려
이심타 기자
중국 최대 육류 생산업체 WH그룹(WH Group Ltd.)(OTC:WHGLY)(OTC:WHGRF)이 수개월간의 소문 끝에 자회사 스미스필드 푸드(Smithfield Foods)의 분사 상장 계획을 확정했다. WH그룹은 이달 초 공시를 통해 스미스필드를 올해 안에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재상장해 최소 1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H그룹은 오랫동안 이 같은 계획을 검토해왔으며, 지난해 10월부터 관련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블룸버그가 공식 발표 며칠 전 이 계획을 보도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WH그룹 주가는 5.2%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었다. 공식 발표 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7% 급등했던 주가는 결국 0.2% 오른 5.23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H그룹은 2013년 47억 달러에 스미스필드를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중국 기업들의 해외 대형 인수합병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사를 둔 스미스필드는 당시 미국 최대 돼지고기 생산업체로, 연간 약 3,000만 마리의 돼지를 도축했다. 인수 후 스미스필드는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됐고, 1년 뒤 당시 쑤안후이(??)로 알려졌던 WH그룹이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WH그룹은 또한 중국 최대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쑤안후이 디벨롭먼트(Shuanghui Development)(000895.SZ)를 지배하고 있어 세계 최대 돼지고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WH그룹의 시가총액은 686억 홍콩달러(88억 달러)이며, 선전 증시에 상장된 쑤안후이의 시가총액은 이보다 큰 826억 위안(113억 달러)이다. 스미스필드의 성공적인 상장이 이뤄지면 WH그룹은 3개 주요 글로벌 시장에 상장사를 보유하게 된다.
인수 이후 미국과 멕시코가 WH그룹의 최대 시장이 됐지만, 본국인 중국 시장만큼 수익성이 높지는 않았다. WH그룹의 최근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6.8% 감소한 26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미국과 멕시코가 합쳐서 약 54%를 차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상황이 역전돼 중국이 전체 영업이익의 64%를 차지한 반면, 미국과 멕시코는 22.4%에 그쳤다. 나머지 영업이익과 매출은 유럽에서 발생했다.
글로벌 사업 개편
돼지고기 가격 하락과 사육 비용 상승이 WH그룹의 미국 사업에 주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사업에서 6,2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회사의 가장 큰 해외 사업 과제다. 이에 따라 스미스필드의 분사 상장은 미국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중요한 새로운 자금 조달 채널이 될 것이다.
WH그룹은 지난 2년간 해외 사업 강화에 주력해왔다. 2022년 5월 캘리포니아의 가공 시설을 폐쇄하고 양돈 사업 규모를 축소했으며, 미주리주와 유타주의 양돈 사업을 구조조정했다. 지난달에는 아이오와주의 햄 가공 공장도 폐쇄했다.
WH그룹은 또한 특수식품 사업인 사라토가(Saratoga)와 멕시코 종합 돼지고기 생산업체 노르손(Norson)에 대한 지분을 매각하고 유럽 사업을 인수를 통해 확장했다. 지난해 2월에는 루마니아 육류 생산업체 구디스(Goodies) 인수를 완료했고, 지난 11월 스미스필드는 스페인 육류 생산업체 아르갈 그룹(Argal Group)의 지분 50.1%를 인수했다.
중국 관세에 취약
유럽 사업 기반을 확대한 WH그룹은 갑자기 중국과 유럽 간 무역 긴장 고조에 노출되게 됐다.
최근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에 대응해 중국 상무부가 EU산 돼지고기 제품에 대한 보복성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중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이전에 미국산 돼지고기 제품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워싱턴이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시장으로 전 세계 소비량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WH그룹은 2014년부터 쑤안후이 디벨롭먼트를 통해 스미스필드로부터 돼지고기를 구매해왔으며,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총 구매액은 약 399억 위안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관세 등의 요인으로 수입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입이 감소했다.
WH그룹의 예상 주가수익비(P/E)는 현재 8.6배로, 중국 경쟁사인 무위안푸즈(Muyuan Foods)(002714.SZ)의 24.6배와 미국 닭고기 대기업 타이슨 푸드(Tyson Foods)(NYSE:TSN)의 16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스미스필드의 지속적인 손실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CCB인터내셔널은 분사가 스미스필드의 가치를 드러낼 것으로 보고 WH그룹의 목표주가를 6홍콩달러에서 6.5홍콩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아웃퍼폼' 등급을 유지했다. 돼지고기 가격 회복으로 육류 제품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WH그룹 주가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미스필드 분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WH그룹은 미국 사업 개편과 유럽 사업 확장에서 강력한 성과를 보여줘야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