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디플레이션·침체 조짐에 뒤늦은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 전문가 "잃어버린 10년 위기감 고조"
2024-10-04 20:53:10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두 명의 경제학자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을 50bp 인하하고 기준금리를 0.2%p 낮췄다. 인민은행은 또한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5%p 인하하고 두 번째 주택 구입 시 최소 계약금 비율을 25%에서 15%로 낮췄다. 판공셩 총재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유동성 지원을 제공해 주식시장을 부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법학 교수이자 중국 정책 전문가인 안젤라 장은 9월 말 발표된 최근 경기부양책이 1년 이상 전부터 경고 신호가 있었던 디플레이션 위협에 대한 지연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 교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담한 조치를 꺼린 데는 몇 가지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데, 주된 이유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 중심의 성장에서 첨단기술 혁신과 같은 더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장 교수는 정부가 2008년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당시 부양책으로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부채가 급증했다. 정부는 소비 주도 성장을 선호하지 않았고 대신 '자립적인 산업·기술 강국'으로 변모하고자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당국은 전면적인 부양 대신 점진적이고 소규모의 대책을 선택했지만 이 전략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장 교수는 말했다.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을 지낸 유용딩 경제학자는 별도의 칼럼에서 8월 중국의 소매판매와 고정자산투자 등 경제지표가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순수출은 약 8% 증가했지만 GDP에 대한 기여도는 2.5%에 그쳤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4분기가 올해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5%의 2024년 GDP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상당한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유 경제학자는 중국의 '10% 이상 성장이라는 경제 기적'은 끝났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명한 거시경제 정책과 시장 지향적 개혁, 경제 개방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앞으로 상당 기간 5-6%의 견실한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중국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의 디플레이션과 침체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비록 사후 대응적이긴 하지만 중국이 침체된 경제를 구하기 위해 통화·재정 정책을 총동원했다며 최근의 조치를 "올바른 행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증시가 2008년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투자자들은 추가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장 교수는 잠재적 위험을 지적했다. "현재의 우려는 경제에 대한 이 같은 갑작스러운 자본 유입이 주식시장 버블을 만들어 다음 금융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중국은 정책 개입의 의도치 않은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버블이 형성되고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중간 과정 수정을 안내할 수 있는 실시간의 정확한 피드백을 얻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제안했다.
"더 근본적으로 중국은 하향식 명령에 기반한 성급하고 극적인 정책 변화의 습관을 깨고 과거에 그토록 효과적이었던 접근 방식, 즉 분권화된 정책 실험에 기반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개혁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 경제학자는 인민은행의 조치만으로는 중국 경제를 활성화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제 재정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급한 행동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하면서도 연말 3개월 간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가능한 한 빨리 포괄적인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발표 효과'를 통해 사기를 높이고 대중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