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9일(현지시간) 불신임 투표에서 패배하면서 프랑스가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 프랑스는 급증하는 국가부채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루 총리와 소수 정부는 이날 불신임 투표에서 찬성 194표, 반대 364표로 패배했다. 이로써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4명의 총리가 교체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1953년 이후 처음으로 12개월 만에 두 번의 정부 붕괴를 겪은 대통령이 됐다.
중도 성향의 바이루 총리는 긴축 정책에 대한 좌우 양측의 반발에 직면하자 불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바이루 총리의 예산안은 향후 3년간 440억 유로의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공휴일 2일을 없애 재정적자를 4.6%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현재 GDP의 116%를 넘어섰으며, 재정적자는 GDP의 5.5%에 달한다. IMF는 이 수치가 2030년까지 각각 128%와 6.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루 총리는 불신임 투표 전 의회 연설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이 "몇 년 안에 프랑스를 침몰시키는 부채의 거센 물결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며 국가가 직면한 재정 부담을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바이루 총리는 "여러분은 정부를 전복시킬 권한은 있지만 현실을 지울 수는 없다"며 "현실은 가차없이 계속될 것이다. 지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미 감당할 수 없는 부채 부담은 더욱 커지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최대 경제단체인 메데프의 패트릭 마틴 회장은 최근의 정부 불안정이 "투자 동결, 신뢰 상실, 파산 위험 증가, 일자리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4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25년 8월에는 87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88에서 하락한 것이며 시장 전망치 90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가계는 미래 재정 상황에 대해 더욱 비관적이 됐으며 대규모 구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프랑스 기업 신뢰지수도 4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음 지표는 9월 19일 발표 예정이다.
마틴 회장은 8월 28일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기업이 투자할 수 없다면 성장과 일자리가 무너지고 프랑스는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BCA리서치의 제레미 펠로소 유럽 수석 전략가는 "프랑스의 제도는 강하기 때문에 원활한 정권 이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9월 9일 기준 프랑스 벤치마크 지수인 CAC 40은 연초 대비 5.05% 상승에 그쳤다. 반면 독일의 DAX 40은 같은 기간 18.57% 상승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두 번째로 발생한 정부 붕괴는 프랑스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9월 12일 프랑스에 대한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마크롱의 최대 정적이자 극우 국민연합(RN) 당수인 마린 르펜은 의회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르펜은 불신임 투표 전 의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조기 총선이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선거가 실시될 경우 르펜과 RN이 국민의회에서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6월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RN은 다른 어떤 정당보다 많은 표를 얻었으며, 4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펜과 그의 정당의 지지율은 더욱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좌파 진영은 즉각 마크롱의 사임을 요구했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당수 장뤼크 멜랑숑은 X(구 트위터)에 "바이루가 무너졌다. 국민의 승리이자 안도다. 이제 마크롱이 국민과 직접 마주하게 됐다. 그도 물러나야 한다"고 썼다.
사회당의 보리스 발로 대표는 "마크롱이 우리를 이런 막다른 길로 이끌었다"며 자당이 집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실시한 오독사-백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마크롱이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는 대신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우에스트-프랑스 일간지의 이포프 여론조사에서는 약 77%가 마크롱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마크롱의 역대 최저 지지율이다.
그러나 마크롱은 사임을 거부했다. 엘리제궁은 대통령이 "며칠 내"에 바이루의 후임자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7년 취임 이후 마크롱 밑에서 일하게 될 7번째 총리가 될 것이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과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장관이 바이루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우파 성향 인사인 이들도 비슷한 의회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극좌 활동가 그룹 '블로콩 투'(모든 것을 막자)는 수요일 파리 전역에서 시위와 집회를 예고했다. 여러 노동조합은 9월 18일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ING싱크는 "9월 10일과 18일로 예정된 전국 규모 시위에서 제대로 된 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마크롱이 대중의 분노의 유일한 표적이 될 위험이 있다"며 "대통령은 먼저 불신임 투표를 견딜 수 있는 총리를 찾으려 할 것이다. 마크롱의 사임 가능성은 더욱 낮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