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건설장비 제조업체 사니중공업(Sany Heavy Industry)이 올해 홍콩 증시 세 번째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조달 예상 금액은 약 15억 달러 규모다.
하이테크 기업인가, 전통 제조업체인가? 중국 최대 건설장비 제조업체 사니중공업(6031.HK, 600031.SH)이 화요일 홍콩 증시에 상장을 앞두고 이 같은 질문에 직면해 있다. 이번 IPO는 올해 홍콩 증시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사니중공업은 지난 금요일 주당 20.30~21.30홍콩달러에 약 5억8000만주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약 120억 홍콩달러(15.4억 달러)를 조달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홍콩의 활황장 속에서 5월 45억 달러를 조달한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3750.HK, 300750.SZ)과 지난달 32억 달러를 조달한 지진골드인터내셔널(2259.HK)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진골드를 제외한 올해 홍콩 증시의 10억 달러 이상 IPO 기업들이 모두 중국 선전과 상하이 증시에 이미 상장된 기업들의 2차 상장이라는 점이다. 사니중공업 역시 이러한 패턴에 부합하며, IPO 투자설명서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먼저 이중상장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문제를 살펴보자. 하이테크로 인식되는 기업들은 중국 본토 대비 홍콩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반면 전통 제조업체들은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CATL의 경우 홍콩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이 36배로, 선전 주식의 27배를 크게 상회한다. 반면 전통 제조업체인 중국 최대 간장 제조사 하이톈의 경우 홍콩 주식의 P/E가 24배로, 상하이 주식의 32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따라서 사니중공업의 홍콩 주식 성과는 현지 투자자들이 이 회사를 하이테크 기업으로 볼지, 전통 제조업체로 볼지에 달려있다. 회사의 최근 성장세는 중간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391억 위안에서 15% 증가한 448억 위안(63억 달러)을 기록했다. 동시에 AI와 무선통신을 활용해 건설장비의 자동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2003년부터 상장된 사니중공업의 상하이 주식은 현재 P/E 25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중국 경쟁사인 줌리온이나 XCMG보다는 높지만, P/E 27배인 미국의 캐터필라(CAT.US)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이다.
1994년 설립된 사니중공업은 중국의 인프라와 부동산 붐을 타고 성장했다. 그러나 팬데믹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내수 사업이 타격을 받았다. 더욱이 내수 사업의 마진이 해외보다 낮아, 수익성 제고를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니중공업은 2002년부터 수출을 시작해 현재 150개국 이상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0년 인도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설립한 이후 미국, 독일, 인도네시아에도 주요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현재 중국 내 30개 생산기지의 절반 수준인 16개의 해외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약세와 강한 해외 수요에 힘입어 해외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올해 1~4월 해외 매출 비중은 57.4%를 기록했다.
해외 사업의 수익성도 더 높다. 올해 상반기 해외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31.2%로, 내수의 22.1%를 크게 상회했다. 전체 매출총이익률은 제조 효율성 향상으로 2022년 22.6%에서 꾸준히 상승해 올해 상반기 27.6%를 기록했다.
수익성도 양호해 2025년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52.9억 위안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22년 58.4%에서 올해 4월 50.6%로 개선됐다.
사니중공업은 IPO 자금의 약 3분의 2를 글로벌 판매 및 제조 네트워크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더욱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관건은 홍콩 투자자들이 이 회사를 고성장 기술기업으로 볼지, 전통 제조업체로 볼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