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7개월래 최고치 급등...2010년 이후 최대 상승 기록할 듯

금 가격이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또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가 1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 우려와 중앙은행의 정치화, 미국 경제 전망 악화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일본 엔화는 4월 22일 기준 연초 대비 12% 상승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화요일 달러/엔 환율은 140.45엔까지 하락해 2024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위험회피 거래 전략인 '엔화 매수, 미국 주식 매도'가 강력한 힘을 보이며 부활했다.

인베스코 커런시셰어스 재팬 엔 트러스트(NYSE:FXY) 매수와 SPDR S&P 500 ETF 트러스트(NYSE:SPY) 공매도를 결합한 전략은 연초 이후 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엔화 도피 촉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간의 심화되는 대립이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를 흔들면서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했다.

트럼프의 파월 의장 통화정책 비판으로 시작된 갈등은 전면적인 권력 다툼으로 확대됐다. 트럼프는 2026년 임기 만료 전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월요일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파월 의장을 '늦장 대응의 달인'이라고 비난하며 지난 선거 기간 중 정치적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과 엔화 같은 非달러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금이 연초 대비 30% 상승하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엔화 강세는 미국 제도권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글로벌 자본이 어떻게 재배치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ING의 FX 전략가 프란체스코 페솔레는 "엔화는 이번 달러 매도 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다"며 "주가 하락과 연준 독립성 위협에 모두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엔화 추가 상승 전망

페솔레는 엔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달러/엔 환율이 140엔 아래로 떨어졌고, 엔화의 안전자산 대체재로서의 매력이 큰 만큼 즉각적인 반전 조건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주 미일 무역협상에서 통화 논의가 이뤄질 경우 135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토 카츠노부 일본 재무상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며, 통화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엔화 대비 달러 약세를 무역 양보의 형태로 요구할 경우, 시장은 엔화의 추가 상승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BBVA의 전략가 알레한드로 쿠아드라도는 "달러/엔이 2024년 최저치인 135.58엔을 노리고 있다"며 안전자산 수요, 견고한 펀더멘털, 글로벌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일본은행의 입장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월요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 관계자들은 엔화 강세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긴축 기조를 포기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아드라도는 "G10 통화 중 엔화의 강세가 여전히 두드러진다"며 "향후 몇 달간 더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VIX 급등시에도 엔화 강세

골드만삭스의 FX 전략가 카막샤 트리베디는 채권과 주식이 동시에 매도되는 시기에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CBOE 변동성지수(VIX)가 상승할 때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트리베디는 "최근 며칠은 더욱 특별했다. 미국 경기 하강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리는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채권과 주식이 동시에 매도된 날들의 달러/엔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VIX가 급등할 때 특히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달러/엔 12개월 목표치를 135엔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트리베디는 미국 노동시장 악화나 시장 스트레스가 더욱 심화될 경우 이 목표치가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