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미국 달러화가 여전히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교역 구조 변화와 미국 경제의 상대적 약세, 정치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탈달러화 현상이 없더라도 달러화의 점진적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들어 인베스코 DB USD 불리시 펀드(NYSE:UUP)가 추종하는 달러 가중 지수는 이미 약 7%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카막샤 트리베디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제와 시장 성과가 더 이상 예외적이지 않아 달러화의 고평가를 정당화하기 어려워졌다"며 향후 수개월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달러화는 핵심 영역에서 여전히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외환거래 거래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SWIFT 금융거래의 50%, 국제 채권발행의 45%, 국제 대출의 40-5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중앙은행 보유고 구성의 변화다. 2015년 이후 평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화 비중이 8%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주로 러시아의 보유고 재배분, 금 보유 증가, 비달러 자산에 대한 수익 추구 현상에 기인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기관들이 조용히 달러 익스포저를 헤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TINA(There Is No Alternative, 대안이 없다)' 현상이라 부른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유로화는 재정 통합이 부족하고, 중국 위안화는 자본 통제에 묶여있다. 양자 간 통화 협정은 무역 불균형과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 BRICS 금융시스템과 같은 유망한 구상도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한편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트리베디는 이러한 성장이 오히려 미래 디지털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대안은 존재하지만 불완전하며, 글로벌 금융에서 전환 비용이 여전히 막대하다.
골드만삭스는 달러화가 대체되기보다는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미국이 과거처럼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GDP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노동시장 데이터도 약화됐다.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 보유 시 환위험을 헤지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어 달러화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내향적 무역·국방 정책으로 달러화의 구조적 매력도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회귀분석 모델에 따르면, 달러화가 4% 추가 하락하더라도 글로벌 사용 비중은 약 0.4%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점진적 쇠퇴의 한 단계가 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달러화 약세가 미국인들의 생필품 가격 상승과 해외여행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달러화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의 약화 이상이 필요하다. 무역, 자본시장, 지정학적 안정성 측면에서 다른 국가나 통화블록이 의미 있게 부상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이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는다.
영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쇠퇴한 후에도 파운드화는 오랫동안 지배력을 유지했다. 달러화가 이를 실질적으로 대체한 것은 미국이 국제기구와 방위동맹에서 급부상한 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마찬가지로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글로벌 무역과 안보에서 자신의 역할을 급격히 축소하지 않는 한, 달러화의 위상은 매우 천천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