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델 테크놀로지스(DELL)가 AI서버 사업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시점에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재확인했으나, AI서버 모멘텀과 현금 창출력을 유지하면서 경영진 교체와 AI 사업 비중 확대 및 부품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방어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델 주가는 2024년 들어 10% 이상 상승했으며, 주당 70달러 선이었던 수년래 최저점을 뒤로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전망 재확인은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으나, 제품 믹스와 가격 책정, 자본 배분의 실행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어 델 주식에 대해 중립적 관점을 유지한다.
지난 9월 5일 델은 이본 맥길 CFO가 9월 9일부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CFO 교체가 통상 수개월 전부터 계획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월 애널리스트 데이를 4주 앞둔 시점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회사는 이번 사임이 내부통제나 정책상의 이견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며, 8월 실적 발표 당시 제시했던 2026 회계연도 3분기 가이던스를 재확인하며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이번 여름 초 최고회계책임자가 사임한 데 이어 재무 부문 임원이 추가로 사임하면서, 경영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직 개편이 더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운영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심은 임시 경영진 체제에서 AI 관련 매출과 수익성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2026 회계연도 2분기 델의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298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약 6억 달러 상회했다. 이는 AI서버 부문의 강세에 힘입은 것이다. 다만 서버 판매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은 압박을 받고 있다. 비GAAP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전년 22%에서 18.7%로 하락해 시장 예상을 1%포인트 가까이 하회했다. AI서버가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적어도 초기 단계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델은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ISG)과 클라이언트 솔루션 그룹(CSG) 두 부문으로 실적을 보고한다. 기존 PC 사업인 CSG는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쳤으며, 소비자 부문은 7% 감소했다. 수익성도 악화되어 영업이익은 2% 감소한 8억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ISG는 델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2분기 서버 및 네트워킹 매출은 69% 급증한 129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부문도 수익성 압박을 받아 영업이익률이 전년 11%에서 8.8%로 크게 하락했다.
ISG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AI 사이클 초기에는 제품 믹스가 본질적으로 낮은 마진을 보이며, 수익성보다는 시장 점유율 확보가 우선시된다.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선점' 단계에서 낮은 마진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GPU 공급 부족과 휴렛팩커드(HPE), 레노버와의 경쟁도 가격 결정력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개선을 기대할 만한 요인들도 있다. GPU 공급이 안정화되면 단위 경제성이 일반적으로 강화된다. 117억 달러 규모의 AI 수주잔고는 영업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제공하며, 고객 기반 확대는 더 높은 마진의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연계 판매 기회를 열어준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자릿수 마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시사점은 델의 AI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투자자들의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델의 CFO 교체는 중요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AI서버 사업이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압박을 받고 있어,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언제 어떻게 수익성을 안정화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CFO 사임 자체가 위기는 아니지만 수익성 테스트가 될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실적 전망 재확인과 강력한 AI 수요가 일부 낙관적 전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주가의 할인 평가는 시장의 관망세를 반영하고 있다. 델의 향후 궤적은 AI 규모의 확대를 얼마나 빨리 지속 가능한 마진과 잉여현금흐름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성공하면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가능하지만, 실패하면 매출 성장이 주당순이익(EPS)으로 이어지지 않아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델을 '최고의 AI 종목'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분기별 실적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종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