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수년간 테슬라의 가장 충성스러운 지지자였던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이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 주가 상승을 증폭시키는 원동력이었던 서울이 이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025년 8월 한국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에서 6570억원을 회수했는데, 이는 2년 만에 최대 규모의 월간 순매도다.
매도 행렬은 일반 주식에만 그치지 않았다. TSLL로 알려진 2배 레버리지 ETF와 같은 테슬라 연계 레버리지 상품에서도 같은 달 5540억원이 빠져나갔다. 한때 테슬라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은 단순한 차익실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투자자들이 여전히 22조원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제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 이탈의 이유는 계속 쌓여가고 있다. 지연된 사이버트럭부터 실현되지 않은 로보택시까지, 머스크의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이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잦은 정치적 논란과 경영진 교체는 테슬라의 장기적 집중도에 대한 불확실성만 가중시켰다. 한편 실적을 보면 더욱 냉정한 현실이 드러난다. 2025년 2분기 인도량은 전년 대비 13% 이상 감소했고, 7월 유럽 판매는 40% 급감했다.
동시에 테슬라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BYD, 샤오펑, 니오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더 저렴하면서도 기능이 풍부한 전기차를 쏟아내고 있다. BYD만 해도 2분기에 100만대 이상을 판매해 테슬라 판매량의 거의 3배를 기록했다. 실적 데이터를 면밀히 추적하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수치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때 흔들림 없어 보였던 테슬라의 성장 스토리에 균열이 생기면서, 투자자들은 더 나은 투자처를 찾아 나서게 됐다.
이 자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바로 암호화폐다. 2025년 중반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상장 암호화폐 기업에 12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는 전통적 주식에서 디지털 자산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8월에만 이더리움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에 4260억원이 유입됐다. USDC 발행사인 서클은 2260억원을, 코인베이스는 1830억원을 유치했다. 심지어 레버리지 이더 ETF와 같은 고위험 상품에도 수천억원이 투자됐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무모한 개미'로 불리는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위험도가 높은 대규모 베팅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위험 선호 성향이 이제 급성장하는 암호화폐 기업들과 맞물린 것이다. 암호화폐를 단순한 투기 수단으로 보는 대신, 테슬라와 같은 전통적 주식의 진지한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암호화폐 선호 현상은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인의 약 5분의 1이 이미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20~50대에서는 그 비율이 4분의 1 이상으로 증가한다. 이 세대는 모바일 중심의 금융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암호화폐를 특이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테슬라 주식에서 암호화폐 주식으로의 전환은 큰 도약이 아닌 논리적인 다음 단계로 여겨진다.
규제 환경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4년 통과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과 같은 법률이 국내 암호화폐 거래의 정당성을 높였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포함한 더 많은 규제가 준비되고 있어 전체 산업에 대한 더 명확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할 전망이다.
한국의 GDP가 2조 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 한국의 자본 흐름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테슬라에서 빠져나와 암호화폐 주식으로 흘러들어가는 수조원의 자금은 미국 거래소, 채굴 기업, 토큰 발행사의 유동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추가 유동성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의 신뢰도를 향상시킨다.
하지만 이는 변동성도 증가시킨다. 한국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글로벌 암호화폐 가격의 변동폭을 확대시킬 수 있다. 이들의 열정은 이미 펀드 매니저들과 거래소들이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도록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고위험-고수익 투자 문화를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아닌 암호화폐가 개인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대상이 되는 세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