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세계 최고(最古)의 안전자산인 금과 가장 투기적인 성장 동력인 기술주가 시장 논리를 거스르며 놀랍게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향후 한쪽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금은 2025년 들어 60% 이상 급등해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상승폭 자체가 아니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도 이에 견줄만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금과 기술주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90일간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가 추종하는 나스닥100 지수와 SPDR 골드쉐어가 추종하는 금 가격의 상관관계는 0.78(78%)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과 고위험 베팅으로 여겨지는 기술주가 최근 수개월간 거의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는 의미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4월 시장 하락 이후 금요일 기준으로 금과 기술주 모두 약 45% 상승했다.
역사적으로 금과 기술주 간의 이러한 강한 양의 상관관계는 예외적인 현상이며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통상 상반된 성격을 지닌 두 자산(하나는 불안한 시기의 피난처, 다른 하나는 위험 선호 성장주)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 결국 한쪽이 하락하며 이러한 동조화가 깨진다.
금융시장에서 상반된 역할을 하는 두 자산이 올해 함께 상승한 데는 여러 거시경제적, 정치적 요인이 작용했다.
2025년 금의 기록적인 랠리는 완벽한 거시경제적 리스크의 결합으로 인한 것이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증가하며 글로벌 수요가 급증했다.
동시에 신흥국들이 미 달러화에서 벗어나 탈달러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금 상장지수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급증하며 포트폴리오 헤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연준에 대한 압박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더욱 강화했다.
나스닥100 지수는 연초 대비 17% 상승했는데, 이는 견조한 실적과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식지 않는 열기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지수 상승의 70% 가량이 단 7개 대형주에 집중되어 있어 극단적인 수익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능성은 낮다. 금과 기술주는 근본적으로 다른 투자 논리를 가지고 있다.
금은 수익을 내지 않는 자산으로 경제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을 때 안정성이 부각된다.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통화정책 실패 등 경제적 스트레스와 연관된 상황에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기술주는 성장 낙관론, 혁신 사이클, 실적 모멘텀에 힘입어 성장한다. 이들은 금리와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에 매우 민감하다.
역사적으로 금과 기술주의 상관관계가 양의 영역으로 급등할 때마다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22년 11월, 2020년 여름, 2017년 4월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으며, 매번 급격한 괴리가 뒤따랐다.
현재의 동조화 현상은 시장이 균형을 잃었음을 시사한다. 금융 생태계에서 이처럼 상반된 역할을 하는 두 자산이 함께 움직일 때는 보통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균형 붕괴가 과도한 밸류에이션이나 AI 수요 둔화로 인한 기술주 심리 반전에서 올지, 아니면 거시적 리스크 완화로 인한 금 가격 하락에서 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포든 탐욕이든 어느 한쪽이 먼저 깨질 것이라는 게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이 이례적인 동반 상승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