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강세장은 결정적인 순간에 신념의 시험대에 오른다. 은(銀) 시장이 바로 그 순간을 맞이했다. 1980년 이후 모든 주요 랠리를 제한했던 50달러 수준을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돌파한 후, 은 가격은 모든 강세장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로 돌파 이후의 재시험 국면이다. 이제 진정한 전투가 시작된다.
현재 은 시장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50달러 수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파악해야 한다. 40년 이상 이 가격대는 꿈이자 천장 역할을 해왔다. 은은 1980년 헌트 형제의 유명한 시장 독점 시도 당시 처음으로 이 수준에 도달했고, 2011년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붐 시기에 다시 한번 이 수준을 기록했다. 두 번 모두 상승세는 급격히 꺾였고, 이는 시장에 깊은 심리적 상처와 세대를 걸쳐 이어진 기술적 저항선을 남겼다.
이것이 올해 50달러 돌파가 매우 의미 있는 이유다. 10월 초 은이 마침내 이 장벽을 돌파했을 때, 이는 투기적 과열이나 저금리 유동성이 만든 모멘텀 추종의 결과가 아니었다. 이 움직임은 실물 수요에 기반했다. 산업용 은 수요는 꾸준히 증가한 반면, 전 세계 광산 공급은 수년간 정체되어 있다. 지상 재고는 계속 감소했고, 더 많은 선물 계약이 현금 결제가 아닌 실물 인도로 이어지고 있다. 요약하면, 이번 돌파는 우연이 아닌 수년간 이어진 공급 감소와 수요 강화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기술적 관점에서 최근의 조정은 붕괴보다는 숨고르기에 가깝다. 수개월간의 꾸준한 상승 후, 시장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를 필요가 있었다. 특히 RSI(상대강도지수)와 같은 모멘텀 지표는 7주 이상 과매수 신호를 보내왔다. 시장이 이런 극단에 도달했을 때, 단기 조정은 경고 신호가 아니라 추세가 숨을 고르고 다음 상승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조정기에 투자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가격 하락을 스토리의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다. 은 시장의 경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현재의 단기 약세는 기초여건의 변화가 아닌 기술적 요인(모멘텀 냉각과 일상적인 차익실현)에 기인한다. 은을 45년 만의 고점으로 끌어올린 동일한 힘은 여전히 건재하며,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전반적으로 가격 변동이 기초여건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역사적 돌파 이후의 건전한 휴식기이지 새로운 하락 추세의 시작이 아니다. 실물 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고, 백워데이션이 지속되며, 글로벌 재고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단기 변동성이 지나가면, 이전에 은 가격을 끌어올린 동일한 근본적인 힘이 다시 주도권을 잡고 시장의 실제 희소성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