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내세우며 화석연료 부흥을 약속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그가 부양을 약속했던 에너지 섹터는 오히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내 석유 시추 확대, 친환경 보조금 삭감, 미국의 화석연료 수출 강국 지위 확보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은 시장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 석유 관련주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원유 가격은 급락하고 있으며, 투자자금은 트럼프가 견제하려 했던 청정에너지 부문으로 흘러들고 있다.
대형 석유·가스 기업들을 추종하는 대표적 ETF인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NYSE:XLE)는 2025년 들어 보합세를 보이며 S&P500 업종 중 최악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SPDR S&P500 ETF(NYSE:SPY) 대비 에너지주 상대 밸류에이션은 2022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종 전반이 암울한 상황이다. SPDR S&P 석유·가스 탐사·생산 ETF(NYSE:XOP)는 연초 대비 7% 이상 하락했고, 밴엑 석유서비스 ETF(NYSE:OIH)도 비슷한 수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석유 업종이 부진한 사이 청정에너지는 조용히 역사적인 랠리를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의 친석유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다.
인베스코 라운드힐 클린에너지 ETF(NYSE:PBW)는 올해 67%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7개월 연속 석유 관련주 수익률을 앞섰다. 이는 2021년 1월 이후 최장 연속 기록이다.
이러한 반전으로 2021년부터 이어져 온 석유 업종의 다년간의 우위가 2025년에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20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6달러로 연초 대비 22% 하락했으며,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에 근접해있다.
BofA의 프란시스코 블랑치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원유 가격 하락의 원인을 OPEC+의 증산 결정에서 찾았다. OPEC+는 2025년 4월부터 18개월에 걸쳐 하루 400만 배럴의 증산을 결정했다.
선진국의 재고는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이지만, 초과 공급분 대부분이 중국의 비축고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시장은 또한 미국의 대중 관세 위협과 이란의 석유 거래 투명성 재개 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도 직면해 있다.
22V 리서치의 콜린 펜튼에 따르면, 유가 하락으로 원유 가격이 미국의 신규 설비투자 한계비용 이하로 떨어져 생산업체들이 시추 장비를 줄이고 있다. 4월 초 이후 미국의 시추 장비 수는 70개 감소했다.
"콜로라도와 캔자스의 현물 원유 가격이 이미 40달러대로 떨어졌다"고 그는 말하며, 일부 생산업체들이 영업손실 위험에 직면했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에너지 생산업체들의 투입 비용은 상승하고 있다. 펜튼은 철강, 알루미늄, 구리 가격 상승이 원유 실현가격 하락과 맞물려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2V 리서치의 제프 제이콥슨은 XOP가 최근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며 기술적 악화를 지적했다.
그는 "원유가 50달러대로 약세를 보이거나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경우, XOP는 급격히 원유 하락세를 따라잡을 수 있다"며 12월물 풋 스프레드 같은 하방 헤지를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석유 업종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으로 매력적인 수준이다.
XLE ETF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이 14배로, S&P500의 24배에 비해 40% 낮은 수준이다.
XLE의 22개 구성종목 중 셰브론(NYSE:CVX), 킨더모건(NYSE:KMI), 윌리엄스(NYSE:WMB) 단 3개 종목만이 선행 P/E 20배를 상회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XLE 구성종목 중 애널리스트 목표가를 상회하는 종목이 전무하다는 것으로, 이는 상당한 수준의 비관론이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데본에너지(NYSE:DVN)는 P/E 8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주가 대비 40%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정체를 넘어 후퇴하고 있다. 석유 관련주는 저평가됐고, 시추 장비는 감소하고 있으며, 역설적으로 투자자들은 재생에너지로 몰리고 있다.
에너지주가 매력적인 매수 기회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가치함정인지는 시간과 가격만이 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