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석] TV스페셜](https://img.wownet.co.kr/banner/202508/2025082621c6d0c271f84886a953aee25d7ba0c0.jpg)

2025년 원자재 시장의 이변을 보여주는 수치가 나왔다. 원유 가격이 금 가격 대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원유-금 가격비율은 약 50% 급락했다. 원유 가격이 폭락한 반면 금 가격은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험자산이 폭락하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렸던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에 대한 공포가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역학, 글로벌 수요 변화가 원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미국 WTI 원유 가격은 이번 주 배럴당 58달러까지 하락해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18% 하락한 수준으로,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첫째, 미중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발표하자 미국은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수요 전망을 악화시키고 에너지 상품에서 위험회피 현상을 촉발했다.
둘째,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로 중동 긴장이 완화되면서 올해 초 원유 가격을 끌어올렸던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이 감소했다. 여기에 원유 재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추정치에 따르면 글로벌 가시재고는 일일 120만 배럴, OECD 상업용 재고는 일일 20만 배럴 증가했다. 이는 수요 약화와 공급 증가를 시사한다.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이벤은 "11월과 1월에 OECD 상업용 재고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에너지 최후의 매수자였던 중국은 재생에너지로의 구조적 전환 속에서 원유 수입 감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유-금 가격비율의 폭락은 두 시장 간 괴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투자전략가는 "2022년 6월에는 금 1온스를 사는데 원유 15배럴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61배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년여 만에 4배 가까이 변동한 것이다. 하트넷은 이를 단순한 차트상의 특이점이 아닌 정책과 정치적 트렌드의 신호로 해석한다. 그는 "원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4분기 최고의 상승 서프라이즈는 원유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추가 하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와 금의 가격 괴리는 단순히 한쪽이 강세이고 다른 쪽이 약세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시장이 리스크, 인플레이션, 성장을 얼마나 다르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금은 투자자금 유입과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수요에 힘입어 상승하는 반면, 원유는 재고 증가와 수요 부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괴리가 연말까지 심화된다면, 이는 원자재 시장의 탈동조화라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