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기업인 일론 머스크가 보수 정치단체인 '아메리카의 미래 건설'(Building America's Future)에 수년간 비밀리에 자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이전의 일이다.
사태 경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의 이 우익 단체 후원은 2022년 초부터 시작됐다. 수백만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이 기부금은 바이든 행정부와 진보 정치 플랫폼을 비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단체의 영향력을 크게 강화시켰다.
'아메리카의 미래 건설'은 비영리 501(c)(4) 단체로, 연방법상 자금 제공자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런 단체들은 흔히 '다크머니' 그룹으로 불리며,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정치적 목적을 지원할 수 있다.
머스크는 이전에 미국의 어느 주요 정당도 선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메리카의 미래 건설'에 대한 그의 기부는 우익 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보여준다. 이 사실은 최근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고 민주당에 맞서는 정치행동위원회(PAC)에 자금을 대겠다고 밝힌 후 드러났다.
'아메리카의 미래 건설'은 불법 이민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해왔는데, 이는 머스크가 자주 언급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단체는 최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흑인 지지층을 약화시키기 위한 1000만 달러 규모의 광고 캠페인도 시작했다.
테슬라(NASDAQ:TSLA), 스페이스X, 소셜미디어 플랫폼 X의 창업자인 머스크는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성향이 우익으로 기울어졌다. 그는 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으며 정체성 정치의 강력한 반대자가 됐다.
왜 중요한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머스크의 공화당 지원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더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그는 트럼프의 측근인 스티븐 밀러와 연계된 단체들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선 캠페인에 수천만 달러를 조용히 기부했다. 머스크의 기부는 대부분 익명으로 이뤄져 그를 보수 진영의 주요 후원자로 자리매김하게 했고, 승리 후보 지원 실적이 엇갈렸음에도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트랜스젠더 문제는 머스크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의 트랜스젠더 딸이 2022년 4월 공개적으로 관계를 단절했는데, 이는 머스크가 밀러의 단체에 재정 지원을 시작하기 불과 몇 달 전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머스크는 2022년 11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역사적으로 독립적이었다고 강조하며, 그 해까지 자신의 투표 기록이 전적으로 민주당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