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예고했던 신호등 다시 켜졌다...2000년 닷컴버블 수준 경고

2000년 여름, 나스닥100 지수는 3년간 300%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봄철 변동성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주가가 천정부지에서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닷컴버블이 붕괴된 순간이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주식 버블을 측정하는 익숙한 지표가 미국 시장의 고평가 수준이 당시의 열광적인 시기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Source: Multpl.com (실러 PE)

실러 주가수익비율(PE)―순환조정 PE 또는 CAPE로도 알려진―이 40.08까지 상승했다. 이는 닷컴 붕괴 직전인 2000년 여름 이후 역사상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가 개발한 실러 PE는 10년 기간의 인플레이션 조정 수익을 평활화한 지표다. 단기 노이즈를 제거하고 시장 가치평가의 장기 바로미터로 자주 사용된다.

40을 넘어선 최근 수치는 역사적 평균인 17.29보다 13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심각한 고평가를 경고하고 있다.

이는 급등하는 밸류에이션을 버블의 첫 신호로 보는 많은 전문가들에게 적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NASDAQ:PLTR)와 같은 고성장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300을 넘는 등 밸류에이션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이번이 2000년과 같은 종류의 광기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2000년 붕괴 직전에는 시장 참여가 광범위했다. 미국인들은 부유함을 느꼈고, 안정감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이러한 열기는 실물 경제로 이어졌다. 소비자 심리가 정점을 찍었고, 자동차 판매는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으며, 가계는 기술주를 담보로 주택을 구매했다.

오늘날은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 분위기는 전혀 들뜨지 않은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의 광범위한 참여 부재, 약한 소비자 심리, 경제적 불균형이 이번 사이클을 2000년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들고 있다.

BofA 증권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투자전략가는 금요일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모든 버블은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터졌지만, 지난 2개월간 전 세계 어느 중앙은행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2V 리서치의 조르디 비서 전무는 시장 밸류에이션이 분명히 고평가됐지만, 전반적인 환경이 전형적인 투기 버블의 양상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서에 따르면 AI 붐은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닌 국가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인공지능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이를 기술 군비 경쟁으로 보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는 시장 심리나 수익 배수, 전통적인 비즈니스 사이클과 관계없이 지속적인 투자를 보장한다.

전문가가 강조했듯이, 이는 혁신이 압축된 시대로, 기업들은 다음 언어 모델이나 칩 출시에서 뒤처지면 도태될 위험이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버블이 아닌 집중된 시장"이라고 비서는 말하며, AI 주도 대형주 소수에 집중된 좁은 리더십을 지적했다.

"이는 버블의 광범위한 광기가 아닌 좁은 집중의 불균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새로운 사이클은 과거 버블의 익숙한 시나리오를 따르지 않는다.

광범위한 IPO 열풍도, 대중의 참여도, 사회적 열광도 없다. 대신 시장과 실물경제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GDP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고용 창출은 뒤처지고 있다.

생산성은 상승하지만 임금은 정체되어 있다. AI는 기업 이익과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가계는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내게 있어 집중도는 덜 안정적"이라며 비서는 이러한 시장 구조가 "AI에 대한 공포가 확산될 때마다 더 무서운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러 PE가 닷컴버블 정점 이후 처음 보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증권가는 이를 투기적 광기가 아닌 심각한 불평등 경제에서 펼쳐지는 집중된 AI 혁명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의 위험은 열광이 아닌 집중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