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냉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대규모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감독 강화안이 부상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에 새로운 승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두 기업은 매년 제한된 장비, 부품, 자재의 전체 목록에 대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기존의 낮은 수준의 감독으로 물품 조달이 가능했던 장기 면제를 대체하게 된다.
제안된 '사이트 라이선스' 제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간 필요한 품목의 정확한 수량을 명시해야 한다. 이후 워싱턴 당국이 해당 목록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이 복잡성을 더하긴 하지만, 개별 선적마다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담은 피할 수 있다. 당국자들은 핵심 운영을 유지하면서 공급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대규모 메모리 칩 공장을 운영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서버,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미국 당국은 생산 지속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사이트의 확장이나 업그레이드를 지원할 수 있는 선적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에게 이번 변화는 안도감과 위험을 동시에 가져온다. 사이트 라이선스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만, 계획 수립에 더 큰 부담을 준다. 특히 장비가 예고 없이 고장 날 경우를 고려하면 12개월 동안 필요한 부품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 단체들은 긴급한 경우 승인이 충분히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한국은 다시 한번 미묘한 입장에 처했다. 워싱턴과의 방위 동맹에 의존하면서도 베이징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면제 조치 해제는 이미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금융시장의 불안도 가중시켰다.
이번 제안에는 더 넓은 맥락이 있다. 지난 주말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의 현대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475명의 불법 취업자를 체포했는데,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이는 국토안보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사업장 단속 중 하나였다. 이 작전은 서울의 강력한 반응을 불러왔으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제조업에 수십억 달러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자국민의 권리를 존중해줄 것을 워싱턴에 촉구했다. 이 급습은 양국 동맹 관계에 새로운 긴장을 더했다.
이제 추가로 세 개의 한국 기업이 워싱턴의 레이더에 걸렸다. 미국은 2022년 중국으로의 반도체 선적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을 처음 도입했고, 이후 동맹국들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면제를 허용했다. 사이트 라이선스 제안은 이제 타협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워싱턴에 더 많은 감독권을 주면서도 한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중국 공장 운영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칩 시장의 최대 기업들인 만큼, 이번 결정의 결과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하다. 이들의 중국 시설에 차질이 생길 경우 글로벌 전자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