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체중감량제 가격 인하 공약에 노보·릴리·화이자 `긴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월가의 가장 뜨거운 투자 테마 중 하나에 정치적 폭탄을 투하했다. 노보노디스크의 블록버스터 약물 오젬픽 가격을 현재 1,300달러에서 150달러로 인하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단순한 가격 인하를 넘어, 일라이 릴리와 화이자 등 제약사들의 기업가치를 재편한 GLP-1 열풍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발언이다.

오젬픽 가격인하 충격파

트럼프의 발언은 백악관 약가 정책 행사에서 나왔으며, 이로 인해 노보노디스크는 즉각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의 표적이 됐다. 노보노디스크는 최혜국대우 행정명령에 따른 정부와의 논의 사실은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침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인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2024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협상을 통해 150달러의 가격 상한선을 설정한다면, 이러한 높은 수익성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일라이 릴리의 수익성 위기

이번 충격파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로 미국 비만 시장을 장악한 일라이 릴리에도 미친다. 노보노디스크와 마찬가지로 일라이 릴리도 주간 투여 제품의 높은 가격에 힘입어 실적이 급증했다. 노보노디스크의 가격 협상이 선례가 된다면, 일라이 릴리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단기 이익보다 더 큰 대중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평균 판매가가 20%만 하락하더라도 2025년 예상 영업이익에서 수십억 달러가 감소할 수 있다.

후발주자들의 기회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의 가격 정책이 뒤처진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임상시험에서 실패를 겪은 화이자의 경구용 GLP-1 약물은 가격 상한제로 경쟁 환경이 평준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 수 있다.

더 오래 지속되는 효과를 약속하는 이중작용제를 개발 중인 암젠 역시, 투자자들이 고가 선도 기업에서 차세대 도전자들로 관심을 돌리면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트럼프의 가격 인하 정책은 체중감량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환자들의 체중보다 더 빠르게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는 반면, 화이자와 암젠은 GLP-1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백악관이 시장 재편을 강제한다면, 승자는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닌 효율적인 기업이 될 것이다.